아버지는 조금 재미있는 분이다. MBTI로 치면 INFP. 쉽게 말하면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깊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즉흥적인 느낌이 강한 사람이다.
특유의 내성적인 성향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제때 다 하지 못하다가, 술이 한잔 들어가면 그제서야 감정이 화난 듯이 올라오곤 한다.
회사 일이 힘든 것도 아닌데, 일이 편해지다 보니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져서 한동안 집에 잘 들리지 못했다. 결국 부모님이 나를 보러 집까지 찾아오셨고, 집을 청소해주신 뒤 당당하게 “청소비 내라”고 농담 섞인 요구를 하셨다. 정말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고기를 사드리려고 가게에 가서 계산할 즈음, 아버지가 술을 한잔하시더니 갑자기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계산을 먼저 해버리셨다.
어머니도, 나도 순간 당황했다. 진취적이고 이성적인 우리는 곧바로 서로를 보며 “대체 왜 화가 나셨을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소고기를 많이 못 드셔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아니다, 식사는 충분히 즐기신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렇게 의견을 조율하며 결론을 찾는 중, 문득 내가 고기를 사드리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대신 계산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고기값에 더해 용돈 10만 원을 얹어 드렸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밝은 목소리로,
“주형아~ 고기 잘 먹었다. 고맙다~”
라며 평소의 그 따뜻한 톤으로 돌아오셨다.
어릴 적에는 실수도 많았던 아버지지만, 돌아보면 참 귀엽고 인간적인 구석이 많은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