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순결

by 삶 집착 번뇌

나는 신앙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회 내부에서 초교 교사를 맡게 되었고, 처음에는 그곳이 단순히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깊어질수록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감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자들끼리 자연스럽게 대화하던 중 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가볍고 일상적인 질문이었다.


“보통 개신교인들은 연애하면서 성관계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나는 그것이 금기어라는 사실을 몰랐다.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묘한 침묵, 그리고 정죄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마치 내가 어떤 엄청난 규칙을 어긴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그 순간, 교리보다 먼저 반응하는 태도에서 일종의 광신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후 한 교인의 대화 속에서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왔다. 나를 직접 겨냥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말은 그들이 가진 가치관의 축이 어디에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곳에서 혼전순결이란 단순한 윤리 기준이 아니라, ‘구원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신앙적 검증장치이자 정체성’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오늘날의 신학적 해석이나 변화하는 문화보다 2000년 전의 전통과 교리가 더 우선순위를 가진다는 사실.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그 간극이 바로 내가 느꼈던 거리감의 정체였다.


그날 이후,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사고방식 그대로 세상 속에 나간다면… 이 사람들은 결국 고립될 수밖에 없겠구나.”


믿음의 문제라기보다, 시대와의 대화 능력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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