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더는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뒤, 친구와 번화가로 나왔다.
오랜만에 마주한 네온사인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교회에서 20대 초반 여자들이 건네던 묘한 기류.
그게 단순한 친절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눈치채지 못한 관심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맥주 한 잔이 들어갈 즈음, 나를 힐끔거리던 여자가 있었다.
20대 초반이었다.
영업을 오래 하다 보니 사람의 감정선은 거의 즉각적으로 읽힌다.
그녀의 시선은 지나가는 호기심이 아니라,
나를 알고 싶어 하는 관심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고, 흐름은 매끄러웠다.
그녀는 금세 웃었고,
그 웃음에는 거절이 아닌 끌림이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그때 느낀 게 착각은 아니었다는 걸.
옆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형은 그냥… 괜찮은 편이야.”
평소 같았으면 넘겼겠지만,
그 친구의 확신에 찬 말투 때문에 묘하게 승부욕이 생겼다.
그는 다시 말했다.
“저기 저 여자 정도면 인정.”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온 남자에게 먼저 맥주를 건넸고,
익숙한 방식으로 벽을 허물었다.
그녀는 환대했고,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옆 남자가 갑자기 말했다.
“제… 여자친구입니다.”
내가 미소로 물러섰을 때, 친구가 중얼거렸다.
“아마 매니저일걸. 형 정도면 인정.”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왼편에서는 덴마크에서 온 한국 입양 여성이
쉬지 않고 말을 걸어왔다.
피곤해져서 다시 자리로 돌아왔고,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셨다.
그때 떠올랐다.
내가 맡았던 반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나와 함께 사역했던 동역자의 표정들.
갑자기 슬퍼졌다.
나는 필요할 땐 잔인할 정도로 매정한 사람인데,
이 관계만큼은 이상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나에게 목사가 되라고 말하던 옛 연인을 닮은 그 동역자.
그녀가 신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작은 감정에도 요동치는 내 모습이 불편했고,
그래서 더 멀어지고 싶었다.
지금 나는 그 감정을 떼어내는 중이다.
문제는—
이건 상처라기보다,
남아 있는 관계의 잔향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작별할 그날,
나는 정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다 지웠다고 믿고 있는데,
정말…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