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걱정들이 하루 종일 방 안에 스며들었다.
교회를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바로 그날, 아침부터 외주 직원에게 급한 전화가 왔다.
“사장님, 저 혼자서는 해결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음 정리도 할 겸 현장으로 나갔다.
도착하니 직원과 외주 인력이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400만 원짜리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확인을 요청했다.
나는 엔지니어링 업무를 하면 시간당 40만 원 정도를 받기 때문에 가능하면 직접 손대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미 온 김에 문제를 확인해보기로 했고, 해결된다면 서비스비와 추가 발주까지 연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의외로 금방 해결됐다.
그녀는 6시간 동안 원인을 찾아 헤맸다고 했지만 나는 30분 만에 정리했다.
그녀의 표정엔 안도와 피로, 그리고 잠시의 허무함이 함께 묻어 있었다.
그 순간, 종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혹시 종교 있으세요?
신앙이 있으면 이런 스트레스가 조금은 덜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자기도 기독교이며, 어머니가 여목사님이라고.
그녀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목사이다 보니 교회가 기대하는 사역과 헌금, 사람들과의 얽힘이 무겁게 느껴졌다고.
그래서 요즘은 예배만 드리고 조용히 나온다고 했다.
사람과 깊이 엮이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묘한 위로가 찾아왔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교회를 떠났지만, 여전히 좋은 이야기와 생각할 거리를 들을 장소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냥 설교만 듣고 조용히 나오는 방식도 가능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지금은 무엇보다 지친 마음을 먼저 씻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스쳤다.
우리 반 아이들은 혹시 나를 찾지 않을까.
동역자는 버거워하진 않을까.
나는 떠나도 숨을 곳이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안에 남아 있으니.
그 생각이 마음에 오래 걸렸다.
돌이켜보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5월부터 이어진 전도사 사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미숙한 태도를 보이던 모습들…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회의감으로 번져갔다.
이게 맞나.
그 질문이 아직도 내 안에서 조용히 울린다.
지금 나는 답을 찾는 중이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신앙보다, 사람보다, 교회보다 먼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