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종류

by 삶 집착 번뇌

종종 유통 위주의 사업을 하는 친구와 기술 기반의 사업을 운영하는 친구와 통화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기술 기반의 복합 유통이기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경청할 필요가 있다. 유통과 기술 두 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안정성·마진·현금 순환성 같은 요소들이 서로 상쇄되기도 하고, 때로는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내 사업은 어느 한쪽으로 모나지 않은 구조다.


유통 중심의 사업을 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면,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종류가 확연히 보인다. 관계 관리와 마케팅비의 압박이 대표적이다. 매출이 25억인데 마케팅비가 12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한 달 광고비 100만 원도 쓰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들은 놀랐고, 나 또한 ‘아, 나는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찾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왔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의외의 안심도 얻게 된다. 생각보다 나는 사업을 꽤 잘하고 있었구나. 사실 아주 최소한의 압박만 있었어도 지금처럼 공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끔 친구들이 묻는다.

“네가 월 몇 억을 버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공허해 하는 거야?”


지금 내가 느끼는 공허함은 사업이 거의 자동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뛰지 않아도 시스템이 돌아가고, 무엇보다 물건을 팔기 위해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아부할 필요가 사라졌다. 압박이 사라진 자리에는 기묘한 텅 빈 감정이 남는다.


통장에는 몇 년은 버틸 여력이 있을 만큼 유보금이 쌓여 있고, 투자도 안정적인 구조로 변화했다. 공격적으로 확장하기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며 서서히 확장해도 충분한 단계. 그래서 이제는 돈이 나를 위해 일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아마 10년 뒤, 월 몇 억을 벌게 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행복의 크기가 돈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막연한 확신 같은 것.

작가의 이전글절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