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를 닮은 당신,

후르츠 통조림처럼 큐브틱한 모습이 매력적이시군요.

by 가배차


사람을 마주하다 보면, 문득 과일이 떠오른다.

어떤 이는 선명한 빛깔과 단단한 윤곽으로
마치 조각의 주인공처럼 우뚝 서 있고,

어떤 이는 가까이 다가설수록
방 안 가득 은은한 향을 퍼뜨린다.

겉은 온전해 보이나 속은 이미 무른 까닭에
닿는 이마저 무르게 만드는 이도 있었다.

나 또한 그 모든 열매들 사이에 놓여 있는,
저마다의 맛과 특질을 품은 하나의 과일일 것이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저 무대 같은 바구니 한 모퉁이라도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강렬한 색채와 향기를 뽐내는 열매들 속에서,
겉만 멀쩡하고 속은 부실한,
당도 낮은 이 과일이
정물화의 한 귀퉁이를 채워도 괜찮을까?

그러나, 대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이 서툰 과일을 정중앙에 올려놓으리라.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한가운데,
갤러리 한 칸을 장식하게 하리라.

그 무의미한 과장을 통해
오히려 여러분을 의미심장하게 만드는 상상.

그것이 내게는,
자그마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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