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첫 번째 기억
민석은 4살이었다. 그리고 심심했다.
심심하다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민석은 나이또래 답지 않게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다.
"에밀과 탐정들"
한글은 언제 떼었으려나 알 수 없었다.
민석은 책을 좋아하지만
좁은 방에서 혼자 있으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았다.
민석은 깨끔발로 발소리를 줄여
방문을 살며시 열고
냄새로 분위기를 맡았다.
무슨 일이 있을 줄 모르겠지만 조심하는 편이
안전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30평 보다 살짝 작은 집 구조
현관정면의 거실 그리고 거실 직전의 왼쪽 옷방,
오른쪽 민석의 방과 화장실.
민석이는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정면의 큰 거울, 두꺼운 붉은색 세면대와 욕조
요즘 보기 힘든 색감의 화장실.
민석이 플라스틱질감의 재료의 세면대 아래로
손을 넣어 만져보면 안쪽이 거칠거렸다.
민석이 거울을 보니
화장실에 안에 서있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귀엽게 생겼지만 무언가 답답해하는 남자아이.
그 순간 어떤 감각이 민석의 몸을 전율시켰다.
이인감이라고 한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감각.
민석은 거울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있었다.
마치 유령이 된 것처럼 아이와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민석은 어떤 생각이 들었다.
거울 속의 어린아이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치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인한 소멸장면이
민석의 뇌 속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그만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민석이는 생각했다.
내가 사라진 세상은 나를 모르거나
다른 사람이 더 이상 나의 모습을 기억해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죽음이구나.
하고 민석은 깨달았다.
죽지 않았기에 살아있구나. 기억될 수 있구나.
이 이후로 화장실을 보기만 해도
그 기억이 떠오르던 민석은
한동안 깨달음의 번쩍임과 함께 죽음을 떠올리며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민석은 잊혀지는 것이 싫었다.
민석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똬리를 틀며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민석이 기억하는 인생 첫 번째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