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작가가
작가라는 단어에 신기한 힘이 있다.
마치 아빠의 구두를 신어보는 아이처럼
얻는 것은 손 끝에 남아있는 퀘퀘묵은 발냄새나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었다는 알림과 같이
처음 겪는 감각에 몸서리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보톡스를 맞았다.
미관상의 이유보다 이를 너무 악물고 있었는지
힘을 풀려해도 이를 앙물게 되어
갈 일이 영 없던 피부과에 가서 국산보톡스를 맞았다.
턱은 가벼워졌다만
밥 먹고 하품할 때나 입을 열게 되는 것이
몇 달 후에는 다시 시술을 받아야 할 성싶었다.
이런 내가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작가는 세상을 담아내는 사람이다.
세상을 등지고 독수공방만 해온 사람에게
작가라는 칭호는 영 과분한 직함인 것 같다.
세상을 갈구했던 어린아이는
작가들이 쓴 책을 읽고 세상의 편린을 배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실 책 속에 세상은 없다.
그래서 세상처럼 보이지만 아닌 게 확실한 무언가에
사람들은 위로받고 웃고 감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부처를 보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던 가.
나는 과거에 세상과 함께하는 나를 죽이고서야
힘든 시절 나의 존재를 가까스로 보존할 수 있었다.
이젠 작가라는 칭호를 죽여야 할 때인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언행을 조심해야 할 듯한
알량한 두 글자를 해치우면
나의 글이 좀 더 진하게 우러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