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이 2배 더 크다 '손실 회피 성향'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홈쇼핑 채널에 멈췄다.
쇼호스트가 겨울 코트를 팔고 있다.
딱히 필요하진 않다. 집에 이미 패딩이 있으니까.
그냥 멍하니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 하단에 빨간색 경고등이 번쩍인다.
[주문 폭주! 매진 임박]
[상담원 연결이 어렵습니다. 자동주문 전화 이용해주세요.]
순간, 쇼호스트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고객님, 이제 블랙 66 사이즈 딱 세 벌 남았습니다! 이거 놓치시면 이 구성, 이 가격으로는 다시 못 만나요!"
갑자기 심장이 뛴다.
3분 전까지만 해도 필요 없던 코트였는데
지금 당장 주문하지 않으면 엄청난 손해를 볼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결국 나는 홀린 듯이 주문 버튼을 누른다.
나는 코트가 필요했던 걸까, 아니면 '기회를 놓치는 것'이 싫었던 걸까?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재미있는 심리를 발견했다.
사람은 이득(Gain)보다 손실(Loss)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길을 가다 10만 원을 주웠을 때의 기쁨이 +100이라면
내 지갑에 있던 10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슬픔은 -200이나 된다고 한다.
즉, 같은 금액이라도 잃을 때의 고통이 얻을 때의 기쁨보다 2배 이상 크다.
이것이 바로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이다.
홈쇼핑은 이 심리를 기가 막히게 건드린다.
"이 옷을 입으면 예뻐져요(이득)"라고 말하기보다,
"지금 주문 안 하면 이 혜택 다 날아가요(손실)"라고
협박(?)하는 것이 훨씬 더 잘 팔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손실 회피 성향을 이용한 마케팅은 홈쇼핑에만 있는 게 아니다.
1.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의 '1개월 무료 체험'
일단 공짜니까 가입한다.
한 달 동안 광고 없는 쾌적함(이득)을 누린다.
체험 기간이 끝날 때쯤, 우리는 고민한다.
돈을 내는 게 아까운 게 아니라, 광고 없는 편안함을 뺏기는 것(손실)이 더 싫기 때문이다.
일단 내 손에 들어온 것은 다시 놓기 싫어하는 '보유 효과'까지 더해져 우리는 유료 결제를 이어간다.
2. "마감 3시간 전" 타임 세일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둔 물건.
살까 말까 고민 중인데 '할인 쿠폰이 오늘 자정에 만료됩니다'라는 알림이 온다.
쿠폰 금액 3천 원이 아까워서(손해 보기 싫어서) 5만 원짜리 물건을 결제하고만다.
내가 만약 물건을 팔거나 글을 써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이 '손실 회피' 본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핵심은 '프레이밍(Framing, 틀 짓기)'을 바꾸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점"을 나열하는 대신, 안 했을 때 겪게 될 손해를 살짝 건드려주는 것이다.
(X) 보통의 화법: "이 강의를 들으면 월 100만 원을 벌 수 있어요." (이득 강조)
(O) 손실 회피 화법: "이 강의를 놓치면, 남들이 월 100만 원 벌어갈 때 구경만 하게 될지도 몰라요." (손실 강조)
(X) 보통의 화법: "지금 사면 10% 할인해 드려요."
(O) 손실 회피 화법: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10% 할인 혜택을 버리는 셈이에요."
물론 과도한 공포 마케팅은 반감을 사지만,
적절한 '손실 강조'는 우유부단한 고객의 결정을 도와주는 강력한 트리거가 된다.
판매자의 입장이든, 구매자의 입장이든 손실은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