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가 많을수록 구매율은 떨어진다
'선택의 역설'
점심시간, 근처 김밥집에 갔다.
벽면을 가득 채운 메뉴판을 본다.
김밥 종류만 15개, 찌개류 10개, 덮밥류 10개,
거기에 계절 메뉴와 돈가스까지... 대충 세어봐도 50가지가 넘는다.
"뭐 먹지?"
행복한 고민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를수가 없다.
참치김밥을 먹자니 라볶이가 눈에 밟히고,
제육덮밥을 시키자니 옆 테이블의 돈가스가 맛있어 보인다.
결국 나는 5분을 고민하다가 시간에 쫓겨 늘 먹던 '돈가스김밥'을 시킨다.
그리고 나오면서 생각한다.
'아, 짬뽕집 갈 걸.'
반면, 맛집으로 소문난 감자집에 가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메뉴는 딱 하나, '감자탕'뿐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원수대로 주문이 들어가고,
나는 편안하게 깍두기나 자르고 있으면 된다.
이상하다.
선택지가 많은 김밥집보다 선택권이 없는 김자탕집이 왜 더 마음이 편할까?
잼(Jam)이 많을수록 덜 팔린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시나 아이옌거 교수는 유명한
'잼 실험'을 했다.
마트 시식 코너에서 두 가지 상황을 설정했다.
A 테이블: 24가지 맛의 잼을 진열
B 테이블: 6가지 맛의 잼만 진열
사람들은 어디로 더 많이 모였을까?
구경꾼은 24가지 잼이 있는 A 테이블에 더 많이 몰렸다(60%).
화려하고 다양해 보이니까.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은 충격적이었다.
A 테이블 (24종): 시식한 사람 중 3%만 구매
B 테이블 (6종): 시식한 사람 중 30%가 구매
선택지가 적은 쪽이 무려 10배나 더 많이 팔린 것이다. 이를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이라고 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뇌는 과부하가 걸려 결정을 미루거나 포기해 버리는 현상이다.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는 항상 솔루션을 줄 때 "메뉴판부터 정리합시다"라고 말한다. 사장님들은 불안해한다.
"단골들이 찾으면 어떡해요?"
"하나라도 더 팔아야죠."
하지만 메뉴를 줄이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전문성 상승: "이 집은 이것만 파네? 진짜 자신 있나 봐."
회전율 상승: 손님이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만족도 상승: "내가 잘못 고른 건 아닐까?" 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후회가 줄어든다.
스티브 잡스가 망해가던 애플에 복귀해서 가장 먼저 한 일도 수십 가지의 제품 라인업을 딱 4칸(전문가용/일반용 x 데스크탑/노트북)으로 줄인 것이었다.
심플함은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다.
1인 기업가의 '빼기' 기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거나 나를 브랜딩하려는 사람들은 의욕이 넘쳐 '백화점'이 되려고 한다.
"나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할 줄 알아요. 다 해드립니다."
하지만 고객은 만능인을 원하지 않는다.
내 문제를 해결해 줄 확실한 전문가를 원한다.
(X) "블로그 대행, 인스타 관리, 영상 편집, 디자인 다 해드립니다." (뭐가 전문인지 모르겠음)
(O) "인스타 릴스 떡상하는 영상만 만듭니다." (확실한 타겟과 전문성)
나의 상품이나 서비스 구성을 짤 때도 마찬가지다. 옵션이 10개인 것보다, [베이직 / 프리미엄] 딱 두 가지 혹은 세 가지로 제안할 때 고객은 훨씬 쉽게 지갑을 연다.
[그래서 요즘 쇼핑몰들은 옵션을 줄이라고 한다.
-스마트스토어의 경우 단일 옵션 판매를 더 선호한다]
친절한 사장은 고객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사람이 아니다.
고민의 수고를 덜어주고, "이거 사세요"라고 확신을 주는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
오늘 점심엔 고민 없이 메뉴가 딱 3개뿐인 그 식당에 가야겠다.
나의 소중한 뇌세포를 메뉴 고르는 데 쓰고 싶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