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메뉴가 너무 많으면 손님이 떠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구매율은 떨어진다

by 가비야


'선택의 역설'
​점심시간, 근처 김밥집에 갔다.
벽면을 가득 채운 메뉴판을 본다.

김밥 종류만 15개, 찌개류 10개, 덮밥류 10개,

거기에 계절 메뉴와 돈가스까지... 대충 세어봐도 50가지가 넘는다.


​"뭐 먹지?"
​행복한 고민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를수가 없다.

참치김밥을 먹자니 라볶이가 눈에 밟히고,

제육덮밥을 시키자니 옆 테이블의 돈가스가 맛있어 보인다.

결국 나는 5분을 고민하다가 시간에 쫓겨 늘 먹던 '돈가스김밥'을 시킨다.

그리고 나오면서 생각한다.

'아, 짬뽕집 갈 걸.'


​반면, 맛집으로 소문난 감자집에 가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메뉴는 딱 하나, '감자탕'뿐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원수대로 주문이 들어가고,

나는 편안하게 깍두기나 자르고 있으면 된다.


​이상하다.

선택지가 많은 김밥집보다 선택권이 없는 김자탕집이 왜 더 마음이 편할까?



​잼(Jam)이 많을수록 덜 팔린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시나 아이옌거 교수는 유명한

'잼 실험'을 했다.
마트 시식 코너에서 두 가지 상황을 설정했다.


​A 테이블: 24가지 맛의 잼을 진열
​B 테이블: 6가지 맛의 잼만 진열


​사람들은 어디로 더 많이 모였을까?
구경꾼은 24가지 잼이 있는 A 테이블에 더 많이 몰렸다(60%).

화려하고 다양해 보이니까.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은 충격적이었다.
​A 테이블 (24종): 시식한 사람 중 3%만 구매
​B 테이블 (6종): 시식한 사람 중 30%가 구매


​선택지가 적은 쪽이 무려 10배나 더 많이 팔린 것이다. 이를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이라고 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뇌는 과부하가 걸려 결정을 미루거나 포기해 버리는 현상이다.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는 항상 솔루션을 줄 때 "메뉴판부터 정리합시다"라고 말한다. 사장님들은 불안해한다.


"단골들이 찾으면 어떡해요?"

"하나라도 더 팔아야죠."


​하지만 메뉴를 줄이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전문성 상승: "이 집은 이것만 파네? 진짜 자신 있나 봐."
회전율 상승: 손님이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만족도 상승: "내가 잘못 고른 건 아닐까?" 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후회가 줄어든다.


​스티브 잡스가 망해가던 애플에 복귀해서 가장 먼저 한 일도 수십 가지의 제품 라인업을 딱 4칸(전문가용/일반용 x 데스크탑/노트북)으로 줄인 것이었다.


심플함은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다.
​1인 기업가의 '빼기' 기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거나 나를 브랜딩하려는 사람들은 의욕이 넘쳐 '백화점'이 되려고 한다.
"나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할 줄 알아요. 다 해드립니다."
하지만 고객은 만능인을 원하지 않는다.

내 문제를 해결해 줄 확실한 전문가를 원한다.


​(X) "블로그 대행, 인스타 관리, 영상 편집, 디자인 다 해드립니다." (뭐가 전문인지 모르겠음)
​(O) "인스타 릴스 떡상하는 영상만 만듭니다." (확실한 타겟과 전문성)


​나의 상품이나 서비스 구성을 짤 때도 마찬가지다. 옵션이 10개인 것보다, [베이직 / 프리미엄] 딱 두 가지 혹은 세 가지로 제안할 때 고객은 훨씬 쉽게 지갑을 연다.

[그래서 요즘 쇼핑몰들은 옵션을 줄이라고 한다.

-스마트스토어의 경우 단일 옵션 판매를 더 선호한다]


​친절한 사장은 고객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사람이 아니다.
고민의 수고를 덜어주고, "이거 사세요"라고 확신을 주는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
​오늘 점심엔 고민 없이 메뉴가 딱 3개뿐인 그 식당에 가야겠다.
나의 소중한 뇌세포를 메뉴 고르는 데 쓰고 싶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