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끝에 서서

전문가라는 이름의 수강생

by 가비야


​"강사님은 많이 알아서 좋겠어요. 정말 모르는 게 없으시네요."

​오늘 강의가 끝난 후,

한 수강생이 짐을 챙기며 건넨 말이다.

부러움이 가득 섞인 그 말투에 나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도 지금 수강신청해서 배우고 있는 게 서너 개나 되는걸요."

나의 대답에 수강생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강사'가 여전히 누군가의 '제자'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생경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현재 내가 '수강 중'인 과목만 해도

AI 활용법,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한 영상 편집, 사진 강좌, 그리고 마케팅과 글쓰기까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강의를 찾아 듣고, 그들의 노하우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밤잠을 설친다.


​세상은 나를 '전문가'라 부르고 강의를 요청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문가라는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내가 모르는 영역은 거대한 바다처럼 넓어 보인다.

한 분야를 깊게 판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명확히 깨달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부에는 끝이 없다.

끝이 없는 게 아니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시작점이 계속 나타난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진의 대가 이성일 작가님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그 분야에서 정점에 선 분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책상 위에는 항상 사진 관련 서적이 놓여 있고 끊임없이 연구하신다.

"이제 이 정도면 됐지"라는 안주는 거장들의 사전에는 없는 단어 같았다.

그분들이 멈추지 않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배움이란 결코 '지식의 축적'만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것은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자신을 낡지 않게 만드는 '생명력'이다.


​내가 강의하는 분야를 계속 공부하다 보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행간의 의미가 읽히고,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된다. 배움은 내 시야를 넓혀주는 망원경인 동시에, 더 멀리 나아가게 하는 엔진의 연료가 된다. 내가 배운 새로운 지식이 강의에 녹아들고, 수강생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볼 때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성장은 멈춰 있는 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물이 유입되어야 생태계가 살아나듯, 우리의 뇌와 영혼도 새로운 배움이 수혈되어야 비로소 활기를 띤다.

내가 여러 강의를 듣고 배우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을 더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고 싶고, 내 강의를 듣는 이들에게 더 신선한 에너지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배움의 끝이 어디쯤인지 나는 모른다.

아마 생이 다하는 날까지 그 끝을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 느끼는 그 기분 좋은 설렘과, 어제보다 1센티미터쯤 더 자라난 것 같은 성취감이 나를 계속 걷게 하니까.


​오늘도 나는 강사라는 외투를 잠시 벗어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의 자리에 앉는다. 배움은 나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자, 내가 나로서 오롯이 성장하게 하는 유일한 발판이다. 그러니 누가 뭐래도 나는 영원한 수강생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