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어렵다. 채우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by 가비야

살다 보니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쉰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정오를 지나 오후로 접어드는 시기다. 이제는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다.


​나는 참 열심히도 채우며 살았다. 1인 기업가로 홀로서기를 하며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지식을 머릿속에 구겨 넣었다.


AI 마케팅 영상 편집 글쓰기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공부했다. 물론 그 배움들이 성장의 발판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 내 마음은 이미 과부하 상태가 되어 있었다. 노트북의 용량이 꽉 차면 속도가 느려지듯 내 삶도 너무 많은 정보와 욕심 때문에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하고 모든 트렌드를 다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남들은 이만큼 앞서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비교하는 마음도 이제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다.

타인의 속도에 맞추려 애쓰던 에너지를 오롯이 나만의 리듬을 찾는 데 쓰고 싶다.


​물건을 버리는 일도 시작했다. 언젠가 입겠지 하며 몇 년째 옷장 한구석을 차지하던 옷들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 아까워 모아둔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신기한 것은 공간이 비워질수록 내 마음에도 바람이 통할 자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꽉 찬 방 안에서는 새로운 생각이 싹트기 어렵지만 비워진 공간에서는 비로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버린다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그것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만 남기겠다는 선택이자 집중이다. 수많은 이름표와 역할들 그리고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가벼워진 몸으로 살고 싶다. 짐이 가벼워야 더 멀리 갈 수 있고 마음이 비워져야 더 깊은 통찰이 담기는 법이다.


​공부도 강의도 삶도 이제는 덜어내는 연습을 하려 한다. 화려한 수식어를 떼어내고 투박하더라도 진실한 내 모습만 남기고 싶다. 덜어내고 비워내서 마침내 가벼워진 그 자리에 가장 나다운 에너지를 채워 넣고 싶다. 버리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성장의 시작임을 믿으며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창고를 하나씩 비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