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 훅 들어온 줌(zoom)
처음에는 화면 속의 내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쑥스럽고 어색했던 줌 미팅이 이제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줌이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이 작은 사각형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일정을 조율하거나 강의를 듣고 교육을 진행하는 공적인 줌 미팅은 물론이고 마음 맞는 이들과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수다를 떠는 친목의 도구로도 줌을 활용한다. 때로는 각자의 장소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과 줌으로 만나 얼굴을 마주하기도 한다.
단순히 목소리만 듣거나 좁은 화면으로 보는 일반적인 영상통화와는 확실히 다른 줌만의 깊이와 몰입감이 있다.
요즘 가장 자주 줌을 켜는 이유는 뜻밖에도 신랑 때문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신랑에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는데,
우리는 한집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방에서 줌을 켠다. 옆에 나란히 앉아 모니터를 보며 가르쳐주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 앞서고 말투가 날카로워지기 십상이다. 가족끼리 운전을 가르쳐주다 싸운다는 말이 왜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 순간들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줌이다.
화면 공유 기능을 활용해 차근차근 설명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남편과 아내가 아닌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가상의 공간이 주는 묘한 긴장감 덕분에 서로 예의를 갖추게 되고 설명하는 나도 배우는 신랑도 훨씬 집중력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집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안한 공간이 업무나 교육의 연장선이 되어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나름의 경계선을 긋는 셈이다.
줌은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필요한 만큼의 심리적 거리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멀리 있는 사람과는 가깝게 연결해주고 너무 가까운 사람과는 적절한 예의를 지킬 수 있는 벽이 되어준다. 처음의 그 생소함은 사라지고 이제는 옷을 갈아입듯 자연스럽게 줌을 켜고 끄는 내 모습을 보며 세상이 참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기술은 차갑지만 그 안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온기다. 사각형의 작은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웃음소리와 진지한 눈빛들이 오늘도 나의 일상을 풍성하게 채운다. 집안의 편안함과 바깥세상의 활기를 이어주는 투명한 통로가 된 줌. 내일은 또 누구와 이 사각지대 안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게 될지 기분 좋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