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우스가 증명한 '세계관'과 '페르소나'의 힘
◇사진출처.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투게더 아이스크림.
이름만 들어도 친숙하고 정겨운 국민 기업 빙그레.
그런데 몇 년 전, 이 점잖고 오래된 식품 회사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정체불명의 게시물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순정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빨간 머리 왕자님이 바나나맛 우유 모양의 왕관을 쓰고, 메로나 모양의 지팡이를 든 채 치명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의 이름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자칭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란다.
처음엔 사람들도 당황했다.
관리자가 해킹을 당한 건가?
담당자가 퇴사 직전에 무리수를 둔 건가?
하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기획된 마케팅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많은 대중이 이 B급 감성의 왕자님에게 열광했고, 자발적으로 빙그레 왕국의 신하를 자처하며 댓글 놀이에 빠져들었다.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회사는
왜 뜬금없이 만화 캐릭터를 데려온 걸까?
제품이 아닌 '세계관'에 초대하다
빙그레의 고민은 명확했다.
브랜드가 너무 오래되어 젊은 세대에게 올드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흔히 기업들이 하는 방법는 "우리 우유가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습니다!"라고 제품의 스펙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빙그레는
제품 대신 페르소나(Persona, 가면이나 캐릭터)를 내세웠다.
자기애가 넘치지만 어딘가 허술한 빙그레우스 왕자, 그리고 그를 따르는 투게더, 비비빅, 붕어싸만코 등 자사 제품들을 의인화한 캐릭터들이 모여 '빙그레 왕국'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바나나맛 우유를 단순한 간식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빙그레 왕국의 이야기를 즐기며, 그 세계관에 동참하는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인 것이다.
스펙을 자랑하면 그저 고객이 되지만, 매력적인 세계관을 주면 열성적인 팬이 된다.
빙그레우스는 이 단순한 진리를 완벽하게 증명했다.
1인 기업가, 나만의 '부캐'를 기획하라
스마트스토어를 열거나 블로그,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1인 기업가에게 빙그레우스의 성공은 아주 중요한 힌트를 준다.
자본도, 인지도도 없는 1인 기업이 대형 브랜드와 똑같이 "내 물건이 제일 싸고 질 좋아요"라고 외치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우리는 물건을 팔기 전에 먼저 나라는 사람의 페르소나, 즉 캐릭터를 팔아야 한다.
반드시 그림을 그려서 만화 캐릭터를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매력적인 '부캐(부캐릭터)'를 설정하라는 의미다.
무조건 솔직하게 실패담을 공유하는 동네 형 같은 사장님.
직접 한 달 동안 써보고 별로면 절대 안 파는 깐깐한 리뷰어.
편의점 신상만 보면 마케팅 심리를 뜯어보는 덕후 마케터.
이런 확실한 콘셉트와 캐릭터가 잡혀 있으면, 고객은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오게 된다.
유튜브 생태계만 봐도 그렇다.
구독자들은 유튜버가 전하는 정보 자체보다,
그 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버의 성격과 말투,
즉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느껴서 구독 버튼을 누른다.
오늘 당장 스마트스토어 이름이나 블로그 닉네임을 다시 들여다보자.
그저 그런 뻔한 이름과 딱딱한 소개글 뒤에 숨어 있지는 않은가?
내 비즈니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당신만의 '빙그레우스'는 어떤 모습인지 고민해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