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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욱 Jul 15. 2019

쉽게 쓰이지 않았다.

[지난 일기] 2019년 5월 24일의 일기

[지난 일기] 2019년 5월 24일의 일기


쉽게 쓰이지 않았다.


펜을 들어 흰 종이에 검은 얼룩을 남기는 일이 숨기고 싶은 내면을 드러내는 기분이 들 때면 어김없이 글이 써지지 않았다.


보통 글을 쓰고 싶어 지는 건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낄 때다. 나의 어떤 결핍이, 나의 어떤 모자람이 느껴질 때다. 때문에 글을 다듬는 건 습관이 됐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내 결핍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좀 더 날 것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은 내게 즐거움이며 동시에 매 순간 어려운 숙제다.


빈 종이를 앞에 두고 글을 적으려 마음을 먹을 때면 언제나 나는 조물주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건방지게 전지전능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조물주가 세상을 빚을 때에 얼마나 고민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지 공감한다는 의미에서다.) 내게 종이는 하얀 우주이고, 글은 그 우주를 수놓는 별이다. 그 별에는 사람이 살고, 이야기가 있고 생각이 담긴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그 글에 담긴 내 생각이, 그 누군가가 함부로 쓰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다.


이렇게 글 쓰기를 어려워하는 내게 요새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매주 글을 쓰고 생각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생겼다. 혼자 쓰고, 혼자 생각하면서 ‘갇힌’ 글쓰기를 하던 내게 내가 나가는 글 모임은 앞으로 내게 단순한 글 모임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고 사람들과 함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사고가 열리고 스스로 억누르고 있던 어떤 감정의 문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 삶은 매 순간 초고다.


퇴고를 거친 완성된 삶이 아니다. 때문에 늘 불안하고 어딘가 불편하다. 그런데 글 모임에 나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내게는 위로가 되고 있었다.


‘남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남들도 나랑 비슷하구나’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삶의 초고는 조금씩 퇴고된다. 내가 조금씩 ‘나’를 찾는 기분이 든다.


다음 수요일 한 겹 더 다듬어질 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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