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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욱 Jul 15. 2019

엄마와 큰 아들이 단 둘이 떠난 여행.

[지난 일기] 2019년 05월 07일의 일기

[지난 일기] 2019년 05월 07일의 일기


엄마와 큰 아들이 단 둘이 떠난 여행.


아마 11년 만인가.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한지가. 앞으로도 엄마와 단 둘이 여행할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나에게 그만큼 이번 여행은 각별했다. 내가 고3. 그러니까 대입 수시를 보러 가던 때에 온 가족이 함께 마레몬스 호텔에 묵었던 것이 내 기억에 내가 가족과 함께 떠난 마지막 여행이었다.


일본이 골든위크라 전국이 성수기이고 임박한 기간에 쫓기듯 표를 구해야 했다. 그만큼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었고 모아둔 여유 휴가도 없이 있는 연차를 탈탈 털어 출발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난 매년 휴가철 가족들끼리 피서를 가고 다 같이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화목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처럼 보여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풍요로워 그렇게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었고 그래서 그걸 즐기고 싶었다.


때문에 촉박한 일정과 모자란 준비 과정을 감수하고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엄마의 해방’이었다. 엄마는 평생 두 아들의 버팀목이었다. 우리 가족의 선장은 엄마였다. 쉼 없이 계속된 항해에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표현하지 않으셨지만 그 많은 풍파 속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번 여행만큼은 방향타를 넘겨받아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쉬었으면 했다.


엄마는 여행 내내 많이도 행복해하셨다. 손을 꼭 잡고 교토와 오사카 시내를 누비면서 소녀처럼 웃고 즐거워하는 엄마를 보는 일이 정말 행복했다.


모자란 아들이 지도를 잘못 보고, 맛집을 찾아다닌다며 오래 걷게 하는 와중에도 시종일관 엄마는 해방감을 맛본 표정이었다.


엄마와 큰 아들이 단 둘이 떠난 여행이었기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수확이었다.


철부지 아들이 세상 때를 타면서 느끼는 고민이나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은 욕심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앞으로는 그야말로 꽃길만 걷는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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