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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욱 Jul 16. 2019

장미의 이름으로

[지난 일기] 2019년 04월 15일의 일기

[지난 일기] 2019년 04월 15일의 일기


장미의 이름으로


매 순간의 생이 사투였던 탓에 악이 오를 대로 올라 내겐 꽃이 피기도 전에 가시가 먼저 돋았다.


어떠한 강박이, 어떠한 무게가 나를 짓눌렀기 때문일 테다.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는 오만함이었다. 나는 나를 지켜야 했고, 가족을 지켜야 했다. 그렇게 내 사람과 내 것에 집착했다. 털 끝만큼의 손해와 피해도 용납할 수 없었고 내 치열함에 반하는 그 누구의 비난도 곱게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럴수록 여유와 관용은 내 몫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의 내 모습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타인의 사소한 실수에 불같이 짜증을 내기도 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웠던 내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사실 알고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 내가 많이 예민해지고 눈치 없게 보일 만큼 눈치를 안 보기도 했다는 걸.


그런데 소중한 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치열하게 피운 꽃송이를 누군가 봐주기에는 이제 줄기에 돋은 가시가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를 쳐야 한다. 줄기의 가시를 솎아내고 예쁜 포장지에 담아 꽃다발을 만들어야 한다.

내 진심이 고운 장미라 해도 가시 돋친 장미를 사랑하는 일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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