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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욱 Jun 29. 2019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는 한 해.

[지난 일기] 2018년 12월 6일의 일기

[지난 일기] 2018년 12월 6일의 일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는 한 해.


매년 말이면 성스러운 의식처럼 하는 일이 있다.


새 다이어리를 주문하고 다음 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담아 앞 커버에는 내 이름을, 다이어리 뒷 커버에 각인을 새긴다. 올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어김없이 다이어리를 주문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는 한 해'라는 내 소망을 각인했다.


내 이름과 소망이 각인된 새 다이어리 내지 마지막 장에는 ‘수고했어 올해도. 내년에는 좀 덜 수고해도 좀 더 행복한 해가 되자’라고 적었다.


내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나면 마지막 장에서 만날 문구이기에 한참을 신경 썼다. 이제는 내가 각인한 소망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사는 일만 남았다.


살면서 다이어리를 이렇게 써본 적은 없었는데 어쨌든 올해 꾸준하게 적었던 것 같다. 지금은 과거가 된 그 당시의 미래에 스스로의 계획과 다짐을 채워 넣으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는 동안 쉬운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매 순간 고민하고 투쟁하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 지금껏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무언가 해야 하고, 이루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 아픈 줄도 모르고 채찍질했다. 덕분에 방향도 모른 채 그냥 달릴 뿐이었다. 옳은지 아닌지 살피고 고민할 시간도 없이 그냥 내달렸다.


그런데 올해는 꽤나 오랜 기간 동안 나를 돌아볼 여유가 있었다. 주변에서도 안쓰러워할 만큼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던 한 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자주 하는 실수, 모자란 점,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어떻게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해였다.


나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은 소중하다. 내가 살아온 어제고, 내가 만든 오늘이며, 내가 꿈꿀 내일이다. 매 순간 주체는 나다. 내가 아프거나 이상하면 결국 힘든 건 나다.


이 간단하고 당연한 명제조차 마음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바빴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나를 돌아보고 다독이는 시간을 꾸준히 내기로 했다.


조금 멈춰서도, 조금 뒤처져도 괜찮다. 분명한 건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은 꼭 기억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다이어리의 내지를 시작하는 페이지에 글씨를 꾹꾹 눌러 적었다.


잘하고 있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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