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백수 1년차

by 가브리엘

“나 어느 부서로 옮겨.”

“나 승진했다.”


오늘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 정기인사가 났다고 한다. 육아휴직 중이라 그런지, 처음엔 남 일처럼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동기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거 같아 속상하다.

육아휴직을 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아기를 직접 키우고 싶어 막달까지 일을 하다 휴직에 들어갔지만, 비슷한 시기에 휴직을 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복직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돌이켜보면 스무 살 이후로 나는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었다. 학업 중에도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대학 졸업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 공시생 시절에도 아르바이트를 틈틈이 병행했다. 그래서 사실 쉰다는 게 낯설다. 내 인생에 휴직이라니. 육아휴직이라는 말에서 ‘육아’보다 ‘휴직’이란 단어가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기를 키우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선택이었지만, 어딘가 하면 안 될 일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아기를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일을 하지 않는 시간들이 힘들었다. 나도 일하고 싶었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동료들에게 복직하고 싶다고 징징대기도 했다. 아기를 키우고 있는 이 시간들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아마 육아 자체가 처음이고 너무 낯설어서 그랬던 거 같다.

합법적인 백수로 지낸 지 1년차인 지금은, 집 창문 너머로 출근하는 차들을 보며 연민의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월요병도 없고, 업무 스트레스도 없는 이 상태를 즐긴다. 온종일 아기와 붙어 지내며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벌써부터 복직 이후의 삶이 두렵다.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육아와 일을 모두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워킹맘의 삶은 어떨까. 육아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워킹맘의 삶이 그 기록을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남들 다 해내는 거라면 나도 견뎌내야겠지.

일단 남은 이 합법적 백수 생활을 조금 더 즐겨야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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