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체력의 육아 생존기

엄마가 아프면 모든 게 멈춰

by 가브리엘


나는 저질체력이다.

운동신경이 본디 없을 뿐 아니라, 체력도 바닥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 진즉 체력의 중요성을 알았더라면 20대 초반부터라도 운동을 꾸준히 했을 텐데. 하지만 그땐 돈도,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깡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늘 그랬듯, 육아도 깡으로 버티고 있다.

육아를 시작한 이후로 나는 거의 매일 같은 상상을 한다. 혹시 내일 아침, 몸이 너무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출산 전부터 젖병 소독기와 분유포트 사용법을 종이에 적어 싱크대에 붙여 놨다. 조리원에서 퇴소한 뒤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의 끝에 웬만한 일은 다 해놓고 잤다. 젖병 소독해놓기, 새벽에 먹일 분유 타놓기, 쪽쪽이 준비해놓기, 어질러진 장난감 정리 등 아기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빠짐없이 해두었다.

남편한테도 아기가 먹는 분유양 등을 틈틈이 이야기하며 당부했다. 혹시라도 내가 못 일어나게 되더라도, 남편이나 다른 양육자가 당황하지 않고 아기를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원래 성격에 더해져 엄마가 되고 나니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결국, 어느 날 크게 몸살이 났고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못 쉬어서 그렇다고 한다.

‘의사선생님 그럼 저는 어떡하나요.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 거 같은데요. 아이가 크더라도 이런저런 걱정에 머릿속이 항상 시끄러울 텐데요.’

링겔을 맞고 있는 순간에도 울고 있을 아기가 떠올랐고,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걱정에 마음은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


응급실 소동 이후, 살기 위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 이전에 해봤던 운동이라 그나마 거부감이 덜했다. 거금을 들여 필라테스 학원을 등록하고 일주일에 2~3번 다니기 시작했다. 상황에 따라 이마저도 못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필라테스 강사님이 나를 ‘부실이’라고 부르지만, 요즘엔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또 하나, 한약을 주기적으로 챙겨 먹는다.

친정엄마가 지어주신 한약을 시작으로 체력이 달린다고 느껴질 때마다 한약을 지어먹는다. 돈이 넉넉하지 는않지만 아기를 보면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아프면 정말로 모든 게 멈추니까.


육아에서는 깡으로만은 안 된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혼자였을 때는 체력을 조절하며 할 일을 해나가면 됐었지만, 아는 내 몸 하나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저질체력인 나는 매 순간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하며 예민한 센서를 발동시킨다.

조금만 이상해도 ‘지금 쓰러지면 안 된다’는 경고가 머릿속에 울린다.


지금까지 어찌저찌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살이 계속 조금씩 빠지는 걸 보니 온 체력과 정신을 쏟아 육아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난 이 육아라는 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늘도 이 악물고 아기를 번쩍 안아 올린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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