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키우다 보면 유독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첫째, 낮에 하루 종일 집에서 아기와 둘이 있을 때다. 평소처럼 놀다가도 어느 순간 아기도, 엄마도 동시에 지루해질 때가 있다. 매일 갖고 노는 장난감 말고 뭘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가끔 새로운 장난감을 들이지만 이것도 얼마 가지 않는다. 지루함을 느낀 순간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마치 멈춘 것처럼 안 간다. 아기가 잠드는 시간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게 된다.
둘째, 새벽이다. 아기가 백일쯤까지는 통잠을 못 자 늘 쪽잠을 잤다. 밤이 와도 편히 잘 수 없다는 부담감에 밤과 새벽은 충분히 길었다. 그중에서도 원더윅스인지 뭔지, 이유 없이 새벽에 갑자기 강성울음을 터트릴 때면 특히 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기를 안고 달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그 시간은 참 외롭고도 길었다. 피곤이 쌓여 ‘이제 정말 못 하겠다’ 싶다가도, 아침이 밝아오면 신기하게 또다시 힘이 났다. 덕분에 살면서 새벽을 가장 많이 본 나날들이었다.
아기가 어느 정도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 이런 고민은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란 뒤에도 아기는 새벽마다 중간중간 자주 깬다. 방의 온습도가 안 맞아서일 수도 있고, 너무 춥거나 더워서일 수도 있고, 무서운 꿈을 꿨을 수도 있다. 이유는 많지만, 사실 알 수는 없다.
요즘엔 야경증인지 딸내미가 새벽에 갑자기 깨서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울다 다시 잠들곤 한다. 새벽은 여전히 길다. 이제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기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기를 재울 때이다. 아기들은, 아니 우리 딸은 혼자 뒹굴거리다 얌전히 잠에 들지 않는다. 다른 집 아기들은 눕혀놓으면 혼자 놀다가 스르르 잠들던데, 우리 딸은 왜 그럴까? 자식을 남들과 비교하지 말랐는데 난 벌써부터 시작이다.
요즘에는 자기 전까지 우당탕탕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다가, 침대에 눕혀놓으면 다시 벌떡 일어나 침대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러다 벽에 몇 번 머리를 찧고 울고, 결국 나에게 한번 혼이 난 뒤에 잠든다. 좀 더 놀게 해주고 싶다가도 잠드는 때를 놓칠까 봐 평균적인 시간을 지키려고 애쓴다. 뭐, 사실은 부모가 육퇴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커서 그럴 것이다. 아기를 재우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아기가 잠드는 시간까지도 참 길다.
아기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가도, 하루하루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
참 요상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