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수저를 쥐고 있다는 것

by 가브리엘

아기를 키우다보니 육아에도 금수저, 은수저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양가 중 어느 한쪽이라도 근처에 살며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집은 금수저.

근처에 사시지만 생계나 여러 사정으로 마음 편히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집은 은수저.

오롯이 부부의 힘으로만 아이를 키워야하는 집은 흙수저.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나는 은수저다. 친정엄마는 아기가 백일쯤 될 때까지 같이 도와주셨다. 집에서 아기와 둘이 자게 되는 상황이면 꼭 같이 밤을 보내주셨고, 아직 일을 하고 계신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우리 집에 드나들며 아기를 봐주셨다. 만약 엄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당황스러운 시간과 마음을 어떻게 버텼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누군가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우리 아이니깐 당연히 우리 부부가 키워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이 생각은 완전히 깨졌다. 당장 아기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욕은 어떻게 시켜야하는지, 분유는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유튜브를 아무리 봐도 이게 맞는지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는 법을 우리엄마에게 배웠다.


친정부모님 덕분에 무사히 신생아 시절과 제일 힘들었던 백일까지 무사히 키울 수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아이가 조금 크고 나니, 배부른 소리처럼 툴툴대는 마음도 생긴다. 주변을 보면 은근히 육아의 금수저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친정/시부모님이 한집에 사시던지, 바로 옆집에 계셔서 함께 육아를 한다든지 말이다.


이런 환경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우리 아이의 애착 1순위가 엄마라는 사실을 행복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남부럽지 않다. 그럼에도 요즘은 아기 걱정 없이 개인적인 시간을 편하게 갖는다거나, 부부만 둘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부럽다. 많이 부럽다. 아마 육아로 지쳐 있어서일 것이다.


친정부모님의 손주 사랑은 그저 걱정 없이 예뻐해 주는 선에서 끝내드리고 싶다. 하지만 바쁜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려면 앞으로도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혼자서 다 해낼 수 있다고 말하기엔, 아이를 키우며 마주치는 변수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고 예측하기 어렵다.

은수저는 다 커서도, 이런 순간마다 제일 먼저 부모님을 떠올린다.


이런 도움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있다.

훨씬 많을 것이고, 나 역시 언젠가는 그런 환경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분들을 더 존경하게 된다. 진정한 슈퍼마미, 슈퍼대디들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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