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olingo를 아시나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켜는 앱이 있습니다.
한낱 앱 주제에 화를 낸다는 앱으로 잠깐 아주 살짝 유명해지기도 했던 앱인데요.
Duolingo라는 이름을 가진 외국어 학습을 위한 앱입니다.
해외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도 등장한 언어인 'High Valyrian'도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학습의 폭이 굉장히 넓은 외국어 학습 앱이에요.
'Duo'라는 귀여운 부엉이 캐릭터와 함께 쉽고 재밌는 난이도로 유명세를 탔고 현재까지도 이 바닥에서는 나름 먹어주는 앱입니다.
외국어 공부 바닥에서 놀고 있는 저도 이 앱의 열렬한 팬 중 한 명인데요.
오늘까지 816일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학습을 이어와 현재 최대 랭킹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의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예요.)
저는 이 앱으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공부하고 있지만,
사실 이쯤 되면 공부도 공부지만 이제 습관 중 하나로 굳어져 이 앱을 사용한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버스나 지하철에 앉아 문제를 이 앱으로 문제를 풀고 있으면 옆에 앉아계신 분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가끔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합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종종 주변 사람들의 '왜 하니?'라는 말을 듣곤 해요.
그 질문을 들으면 저는 머쓱하게 '허허, 글쎼요? 전 이게 재밌는데요?'라고 답을 합니다.
그럴 때면 '그럼 차라리 유튜브를 보는 게 더 재밌지 않냐'라던가, '요새 핸드폰 게임 잘 나오지 않느냐' 등의
말이 되돌아오는데 뭐랄까.. 이런 말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외국어 학습 무용론'은 꽤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 왔습니다.
오픈AI의 ChatGPT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이러한 담론은 더욱 강해지고 있는 듯 해요.
외국어는 본질적으로 사람 간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고, 그런 '도구'의 역할을 점점 충실히, 또 더 경제적으로 해내고 있는 훌륭한 기술이 생겼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돼요.
저 역시도 번역이 안 된 게임을 하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을 마주하면 '구글 번역'이 아닌 'chat.openai.com'을 찾게 되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전 Duolingo나 다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로 '커리어적으로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라던가 '해외 여행할 때 더 편하게 하기 위해' 등의 말을 하지 않아요.
즉, '수단으로서의 외국어'가 아닌 '목적으로서의 외국어'를 공부합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 그냥 재미있으니까 합니다.
"난 이게 왜 재미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남들은 공부하라고 하면 학을 뗀다는 외국어 공부인데, 나는 이걸 왜 사서 하고 있는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며칠 곰곰 생각해보니, 언어를 공부하면 그 언어가 만들어진 지역의 사람들의 생각을 빼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점을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아요.
흔한 예시로, 에스키모들이 '눈'을 표현하는 단어는 엄청나게 많다고 하잖아요?
또 한국의 '설렘'이라는 단어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단어는 영어에 없어 그 감정과 상황을 녹여내기 위해 수 개의 단어와 표현을 이어붙인다는 사례도 있구요.
이렇게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는 점이 재미있고, 언어를 공부함으로써 언어가 문화에 반영되는 것들에 대한 나름의 지식과 이해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결론은, 언어를 배우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수단으로서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이 설 자리를 잃어가며 그 위상이 많이 약해진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변명이라 하기엔 좀 그럴 수 있지만,
"전 외국어를 그냥 재미있어서 공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