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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깡 Oct 22. 2024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의 변명

Duolingo를 아시나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켜는 앱이 있습니다.

한낱 앱 주제에 화를 낸다는 앱으로 잠깐 아주 살짝 유명해지기도 했던 앱인데요.

Duolingo라는 이름을 가진 외국어 학습을 위한 앱입니다.

공부를 120일째 했지만 121일째 공부는 하지 않았다고 노려보는 Duolingo

해외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도 등장한 언어인 'High Valyrian'도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학습의 폭이 굉장히 넓은 외국어 학습 앱이에요.

'Duo'라는 귀여운 부엉이 캐릭터와 함께 쉽고 재밌는 난이도로 유명세를 탔고 현재까지도 이 바닥에서는 나름 먹어주는 앱입니다.

외국어 공부 바닥에서 놀고 있는 저도 이 앱의 열렬한 팬 중 한 명인데요. 

오늘까지 816일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학습을 이어와 현재 최대 랭킹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의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예요.)

(좌) 816일 동안 공부한 듀오링고의 흔적 (우) 최고 랭킹 다이아몬드

저는 이 앱으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공부하고 있지만, 

사실 이쯤 되면 공부도 공부지만 이제 습관 중 하나로 굳어져 이 앱을 사용한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버스나 지하철에 앉아 문제를 이 앱으로 문제를 풀고 있으면 옆에 앉아계신 분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가끔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합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종종 주변 사람들의 '왜 하니?'라는 말을 듣곤 해요.

그 질문을 들으면 저는 머쓱하게 '허허, 글쎼요? 전 이게 재밌는데요?'라고 답을 합니다.

그럴 때면 '그럼 차라리 유튜브를 보는 게 더 재밌지 않냐'라던가, '요새 핸드폰 게임 잘 나오지 않느냐' 등의 

말이 되돌아오는데 뭐랄까.. 이런 말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외국어 학습 무용론'은 꽤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 왔습니다.

오픈AI의 ChatGPT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이러한 담론은 더욱 강해지고 있는 듯 해요.

외국어는 본질적으로 사람 간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고, 그런 '도구'의 역할을 점점 충실히, 또 더 경제적으로 해내고 있는 훌륭한 기술이 생겼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돼요.

저 역시도 번역이 안 된 게임을 하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을 마주하면 '구글 번역'이 아닌 'chat.openai.com'을 찾게 되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전 Duolingo나 다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로 '커리어적으로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라던가 '해외 여행할 때 더 편하게 하기 위해' 등의 말을 하지 않아요.

즉, '수단으로서의 외국어'가 아닌 '목적으로서의 외국어'를 공부합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 그냥 재미있으니까 합니다.




"난 이게 왜 재미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남들은 공부하라고 하면 학을 뗀다는 외국어 공부인데, 나는 이걸 왜 사서 하고 있는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며칠 곰곰 생각해보니, 언어를 공부하면 그 언어가 만들어진 지역의 사람들의 생각을 빼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점을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아요.


흔한 예시로, 에스키모들이 '눈'을 표현하는 단어는 엄청나게 많다고 하잖아요?

또 한국의 '설렘'이라는 단어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단어는 영어에 없어 그 감정과 상황을 녹여내기 위해 수 개의 단어와 표현을 이어붙인다는 사례도 있구요.

이렇게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는 점이 재미있고, 언어를 공부함으로써 언어가 문화에 반영되는 것들에 대한 나름의 지식과 이해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결론은, 언어를 배우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수단으로서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이 설 자리를 잃어가며 그 위상이 많이 약해진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변명이라 하기엔 좀 그럴 수 있지만,

"전 외국어를 그냥 재미있어서 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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