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정, 재키

최악을 연기하는 최고의 배우

재클린 케네디와 존 케네디에 대해 그나마 제대로 접했던 것은 <클라시커 50> 시리즈에서였다. 케네디의 우주 프로젝트라든지 카스트로로 대변되는 공산주의에 대한 처신이라든지 하는 것은 다른 영화들 또는 심지어 체 게바라의 평전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었지만, 링컨-케네디 평행이론과 같은 음모론적 이야기만큼이나 내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만 <클라시커 50 - 커플>을 시작으로 재키와 존이 정치계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에 대해 흥미를 가졌고, 무엇보다 ‘재키 스타일’에 관심을 가졌다. 재키 팬츠, 재키 헤어, 재키 코트 등 우아하고도 캐주얼한 분위기의 옷으로 자신을 포장할 줄 알았던 능수능란한 여성 정도로 그녀를 생각했다. 

지금도 재키 케네디가 어떤 정치적인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업적”이나 “잘못”을 남겼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연출하고 나탈리 포트만이 재키로 분한 <재키>는 훌륭한 영화다. 존 케네디가 피격당하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아야 했던, 자신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국가의 대통령이었던 남자의 장례식을 치러야 했던, 예기치 않게 백악관을 다음 영부인에게 물려주고 아이들마저 먼저 보내야 했던 재키 케네디의 몇 년을 훌륭한 리듬감으로 다루고 있다. 적절한 배경음악과 설득력 있는 대사가 돋보인다. 재키의 옷을 비롯해 백악관의 가구와 피아노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그야말로 지고의 존재는 나탈리 포트만이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재키는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맞았다. 그녀는 가게 점원이나 속기사가 되어 못생기고 평범한 남자와 결혼할 걸 그랬다, 라고 탄식한다. 남편이 죽었는데 슬퍼할 겨를이 없고, 장례 행렬을 고집하다가 안전을 등한시하고 허영치레만 한다고 비난을 듣는다. 영화는 재키의 과거와 현재를 교대로 보여주며,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파티를 즐겼던 영부인의 마음을 상상하게 만든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재키,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재키, 진주 목걸이를 한 재키, 검은 베일을 쓴 재키는 하나같이 아름답지만 그 속은 어떤지 알 수 없다. 재키는 남편이 죽은 순간 극적으로 몰락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부터 서서히, 돌이킬 수 없이 흔들리며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탈리 포트만은 재키의 목소리나 특유의 발음과 억양을 고스란히 따라하며,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재키는 떠올릴 수도 없게 만든다. 마치 옛날 사진 속의 재키가 실제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재키가 영화에서처럼 “장례 행렬은 남편이나 그의 업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허영을 위한 것이었다”라고 후회했을지는 잘 모른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가는 좋든 나쁘든 갈리기 마련이다. 관객은 이 영화에서 재클린 케네디가 맞이한 최악의 순간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한 배우가 맞이한 인생 절정의 순간을 본다. 실제의 재클린 케네디가 아니라, 나탈리 포트만이 만들어낸 여성 - 남편을 잃고 백악관에서 나와 이런저런 소리를 감당해야 했던 여성에게 완전히 빠져든다. 

배우의 절정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자 가르침이다. <트루 디텍티브>의 매튜 매커너히를 볼 때가 그랬고 <한니발>의 매즈 미켈슨을 볼 때가 그랬으며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크리스찬 베일을 볼 때가 그랬다. <블랙 스완>에서 <재키>까지 나탈리 포트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영화와 함께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 엄청나게 부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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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only come across with Jacqueline Kennedy and J.F. Kennedy when I read the <Klassiker 50> series. Kennedy's universe project or his encountering to the communist parties represented by F. Castro, was described in other films or even Che Guevara’s biography. However such matters did not draw my attention as much as any conspiracy theory of Lincoln-Kennedy parallel did. I have found something interesting in the image of Jackie and John who had played so well for their political stages while also feel interested in Jackie style.  “Jackie Pants”, “Jackie Hair”, “Jackie Coat” as elegant but casual outfits were strong weapons Jackie used, with which she wrapped herself up so that she could be seen as very talented, beautiful and eloquent first-lady.

I still do not know what kind of political thoughts Jackie Kennedy had, what "accomplishments" or "mistakes" she had left. But I assure that <Jackie> is one of the great films, directed by Pablo Larain. This film describes the moment of Jackie Kennedy starring Natalie Portman, who had to deal with all the fuss of funeral of one man who was not only the president of the country but also husband of her and father of her children. With well-tuned rhythm, <Jackie> also presents appropriate soundtracks and persuasive dialogues. Jackie’s clothes as well as furniture and other props for the White House are breathtakingly beautiful. However, Natalie Portman is one of the most beautiful and successful existences in the film.

Jackie confronts with the worst moment of her life. She complains that she could have been a shopgirl or a stenographer, getting married with ordinary fat lazy man. She has no time to morn for her husband’s being dead; she  is blamed for her insisting funeral march, being accused of a vanity. The film alternately shows Jackie’s past and preset, letting the audience imagine what Jackie would have thought while listening the music of Pablo Casals and throwing delicate parties as a first lady of United States. Jackie in a pink dress, Jackie in a pearl necklace, Jackie in a black veil are all no doubt “what a beauty” and yet it is not as it is seen. Jackie may not has fallen dramatically when her husband died. Rather, she may has been tumbling down to the bottom, slowly and clearly.

Natalie Portman follows Jackie's voice with distinct accents and intonations, making her Jackie as the only possible option. It seems as though Jackie Kennedy in the old picture becomes alive. However we cannot sure if Jackie in real life would have regretted, as in the movie, that the funeral march was for her vanity than for her husband or his achievements. This film is of course far from a documentary while evaluation of people in history could differ whether good or bad. The audience can see the worst moments of Jackie Kennedy in the film and simultaneously, quite in a paradoxical manner, see the summit moments of Natalie Portman. As an actress she definitely has her best moment and thanks to her, whom we fall in love is not the actual Jackie but the virtual woman invented by Natalie Portman, lost her husband and kicked out of her loving home.

To observe the height of one actor/actress is delight and lesson; lesson was told by Matthew McConaughey of <True Detective>, Mads Mikkelsen of <Hannibal> and Christian Bale of <Dark Knight>.  From <Black Swan> to <Jackie> Natalie Portman has not stopped. It is incredibly envious for me as one eager to live with the film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