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의 극복, 사우스포
버려야만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그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현명하고 아름다운 아내, 같은 고아원에서 자라나 오직 서로밖에 기댈 곳이 없던 연인을 너무나 어이없이 잃어버렸다. 제이크 질렌할이 분한 ‘빌리 호프’는 난투극을 두려워하지 않는 43승 무패의 복서다. 얼굴이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더라도 피하지 않고 상대방을 때려눕힌다. 아내 ‘모린(레이첼 맥아담스)’는 그런 그를 걱정하여 당분간 링 안으로 들어가지 말 것을 권유하지만, 남편과 함께 참석한 자선 행사에서 총기 사고로 죽고 만다. 빌리는 자신이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도발에 넘어가 몸싸움을 벌였기 때문에 아내가 죽은 것만 같다. 시지프스의 돌처럼 인생 최정상에서 순식간에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버리고, 전혀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 아내의 말대로 자신의 돈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바퀴벌레처럼 달아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잠깐의 등장이지만 영화 전체의 동력이 되어주는 레이첼 맥아담스나, 라이트헤비 복싱 챔피언에서 딸도 자기 맘대로 볼 수 없는 주정뱅이로 전락한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몰락한 챔피언의 재기를 다루는 흔한 스포츠영화를 인상 깊게 만든다. 진부하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영화에, 빌리 호프의 인생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코치의 체육관에 들어서는 빌리 호프를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수습하지 못하며 딸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빌리 호프에게 화가 난다.
왜 그렇게 당신 자신에게 함부로 굴죠, 라고 영화 속 빌리에게 묻지만 결국 그 질문은 영화를 보는 관객,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자존과 자만, 자애와 오만은 분명 다른 것이고 전자들은 모두 쉽게 얻기 힘든 것이다. 완벽주의자들은 대개 전자보다 후자에 치우치기 마련이고, 자만과 오만은 결국 패배의식과 결핍, 자기 파괴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나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너무 크기 때문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울을 보면 한심하고 못생긴 내가 있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으니 얼굴을 갈아엎고 싶은 생각만 든다. 생활은 불안정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쾌락에 안주할 뿐, 긴 시간을 들여 자기 자신을 다듬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기 힘들다. 귀찮아, 싫어, 지겨워, 허무해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있으니 인생의 링이 달가울 리 없다. 언제나 깊은 상실감, 그리고 권태만이 기다리고 있다.
빌리는 그 악순환의 구조 - 권태, 패배감, 혐오, 다시 권태로 이어지는 고리에 서 있다가 코치 ‘틱'(포레스트 휘태커)를 만났다. <위플래시>를 같이 본 후 아빠는 나에게 너한테는 저런 선생님이 너무 필요해, 라고 말한 적 있다. 아빠의 생각에 플랫처가 내게 너무 가혹하다든지, 무자비하다든지, 자존심을 뭉개버린다든지 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것이다. 나도 동의했다. 다행히 빌리는 틱을 만났고, 인생의 키를 힘겹게 돌린다. 여태껏 가지 않았던 방향으로 뱃머리를 향한다. 오른손을 버리고 왼손을 택하며, 공격을 버리고 수비를 택하며, 여태까지의 스타일을 버리고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나간다. 코치는 그에게 너의 등 뒤에 벽이 있다고 생각하라고, 한쪽 등을 벽에 붙인 채 싸워야 하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빌리가 여태껏 누려왔던 행복은 일종의 족쇄였다. 그때까지의 인생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빌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실에 대한 인정, 그리고 익숙한 것을 버리는 의지였다. 분명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고 다시 되찾을 수 없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끈질기게 들러붙는 죄책감이나 무기력 같은 것을 버리지 않으면 그는 계속해서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모린이 없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후회하지만, 나중에는 딸이 어리고 자기를 사랑했던 지금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사우스포는 생각보다 무서운 영화고, 지금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지금도 새삼 무섭다.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오른손을 버리고 왼손을 움직이는 의지를 보인다면. 하지만 그 한 걸음을 떼기가 너무도 어렵다. 안주하지 않기가 너무나 어렵다. 영화의 줄거리는 흔할지언정 빌리는 조금도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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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come of the m’ennuie, Southpaw
the Thing that could be reached only if there is a room
He lost the most precious thing in his life. A wise and beautiful wife who grew up in the same orphanage, who had no other place to lean on, the only lover and true friend is gone. Billy Hope starring Jake Gyllenhaal is a 43-time undefeated winning boxer who is not afraid of tussle. Even when beaten black and blue, he does not falter and hit back his opponent. His wife Maureen starring Rachel McAdams, is worried and persuades him not to enter the ring for the time being, without knowing that her being killed in a firearm accident at a charity event. Billy blames himself for not being patient to the provocation of his opponent. Like Sisyphus’s damned stone, he falls from top of his life to the very bottom in a second and does not take care of himself at all. As his wife once said, he just watches the people who loved his money and popularity run like cockroaches.
Even with a spontaneous appearance Rachel McAdams assumes the role of main power of the narrative, and Jake Gyllenhaal acting Billy who has fallen from light-heavy boxing champion to the miserable man who cannot see his own daughter, shows the great performance (as always). Thanks to them the “sports movie” with ordinary plots of fallen champion’s resurrection, becomes very impressive. Before finding it boring or obsolete, people naturally immerse themselves in Billy hope’s life, feeling angry and sorry with Billy who cannot fix his life and gives nothing but disappointments to his daughter.
Even though I ask Billy “Why are you being so harsh to yourself” at first, the question rebounds to me in the end. Self-esteem and pride, self-regard and arrogance are totally different things; the formers are all the hard things to get. Perfectionists in general are tend to get the latter ones which eventually invoke the sense of defeat, deficiency and self-destructive imagination. When somebody expects too much from himself/herself, he/she cannot love as he/she is. When I look at the mirror I only find one ugly, terribly ugly girl. I do not feel any affection to that girl and what I want is just to change the look from top to bottom. My life being unstable, what I do for living being pathetic. And yet I just settle for instant pleasure which can be touched without effort, rather than refining myself for a long time to accumulate something valuable. “Everything’s annoying, vain, m’ennuie and tiresome” echoes around my tongue. Always the profound sense of loss and boredom awaits me.
Billy used to stand in the vicious loop of boredom, defeat, disgust and boredom until he met coach Tic starring Forest Whitaker. When after watching the film <Whiplash>, my dad seriously told me that I should meet a teacher like him. It is not a problem for him whether he is too harsh, severe and ruthless, even insulting. Fortunately Billy meets tic and steers his life afresh. He heads his life to the direction for which he never has gone. He throws away the right hand and instead chooses the left; throws away the attack to choose the defense; throws away the old style to get a new one. Tic emphasizes that he has to think there is always a wall behind his back, and he has to go forward little by little despite the limitation of fighting back against the wall.
The happiness Billy used to enjoy is kind of a shackle. Billy, who could not move forward because he loved his former life so much, is now required to admit his loss and abandon the familiar. Obviously he lost something very precious but he cannot regain it again. If he does not his obsession, though, he shall continue to lose even more precious things unless he forsakes the persistent guiltiness and helplessness. Although he now regrets not being able to go back to the past, later he could miss his younger, loving daughter. <Southpaw> has a sharp edge and it forces me to think and think again. I can be a better person if I have a will to abandon my right hand and move my left one. However it is too hard to take a simple step. It is too difficult not to settle down. The plot of the movie is a little common, but Billy is not at all a common 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