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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Aug 19. 2022

21세기의 명당 : ‘창’가

-당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공간-

“오, 저기 비었다” 라며 우리는 쏜살같이 창가자리로 달려가서 앉는다.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양보할 수 없다. 

창가 옆 소파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 맛있을 거 같고, 무언가 더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창가자리가 더 좋은 거라고 공식적으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창’ 옆이 내 정신건강에 더 좋다는 것을.

비단 카페에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기미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고 있는 당신이 아니라면, 비행기를 타던, 기차를 타던 창가 자리를 예약할 것이며, 사무실조차도 ‘창’ 밖으로 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훨씬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창’을 사랑하는 가?


일단 창의 물리적 기능으로 보자면, 풍수에서는 창문을 바깥으로 향하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공기의 순환을 통해 거주자의 건강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것이다. 창을 통해 보고, 창을 통해 숨쉬고, 마치 인간의 눈과 허파처럼 창을 다룬다. 그래서 창이 난 방향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창’의 가장 큰 역할을 ‘건축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바로 ‘빛’을 내부로 끌어다 주는 것이다. 도시화된 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인간에겐 빛의 통로로서 창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풍수에서는 현관입구와 마주보는 창이나 발코니 등은 안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바깥으로 내보내서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다른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대부분의 국민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창의 방향까지 운운하는 것은 이미 너무 주제 넘는 일이다. 


반면 답답하고 그늘진 이 도시속에서 밝은 곳을 갈망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망이며,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창’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심리적인 효과는 대단하다. 

빛은 내적 시계를 조절하는 핵심기준으로 자연광은 낮시간의 생체리듬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 

각성, 피로감, 체온, 호르몬 조절 등 다양한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친다. ‘창’을 통해 빛을 흡수하는 것이 결국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창을 통해 녹색식물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심리적인 만족 효과는 배가 된다. 

점심식사 후 공원을 걸으며 ‘광합성’ 한다는 말은, 사람을 식물에 빗대어 말하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실제 식물처럼 똑같이 우리 스스로에게 양분을 주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광합성 행위를 하는 것이다. 빛을 통해서 말이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식물을 바라보는 행위가 긴장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거의 정설로 굳어졌으며, 녹색식물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업무환경에서는 아파서 결근하는 빈도가 훨씬 낫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따라서, 녹색식물을 즐길 수 있는 창가자리는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희소성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명당’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한쪽으로 좀 비켜주십시오.
당신이 나에게 햇빛을 가리우고 있습니다.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말했다.



들어섰을 때 기분 좋은 공간이란 이처럼 빛과 큰 관련이 있다. 외부의 ‘빛’과 ‘자연’을 얼마나 내부로 끌어드릴 수 있는가가 결국 ‘좋은’ 인테리어의 향방을 결정하는 큰 요소인 것이다. 식물을 키울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초록식물이 있는 그림마저도 도움이 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밝음’이 가득한 공간은 좋은 기운을 만들어낸다. 설사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소파를 당신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늘지고 답답한 공간이라면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머물지 않는 공간은 죽고 만다.


비록 작고 초라할지라도 나의 작은 공간이 최고의 명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창이 작거나 없을 때 거울을 활용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식물을 놓을 공간이 부족하다면 식물 그림이라도 이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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