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비 Sep 14. 2022

창업에 관한 개인적 고찰

멘탈의 연금술/보도 섀퍼


2013년 언제 쯤이었던가…. 진행해 오던 사업을 접기로 하고 조언을 구할 겸, 그래도 이젠 ‘돈 좀 번다’는 알고 지내던 오빠를 만났다. 신사동에서… 


그 오라방은 광고업계 쪽 일을 했는데, 쉽게 말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큰 기획사의 하청업체 중 하나였다. 당시의 나는 다급 했었고, 힘 들었고, 걱정 했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자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3년 반을 열심히 달려온 사업의 결과였다. 사업은 이미 정리하기로 마음먹었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나는 궁금했다. 빨리 성공하는 법이… 


“오빠, 자리 잡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5년!” 

“5년 씩이나요?”


조급하고 욕심 많은 나는 5년이나 어떻게 기다리냐며 더 빨리 이룰 거라고 마음 속으로 계속 뇌까리고 있었다. 그날 억수같이 눈이 왔는데, 많은 차들이 신사동 언덕 길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운전자 대부분이 차를 길에 세워 둔 채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그 오라방의 차가 벤츠였는데, 4매틱이 아니었다. 절대로 차를 길에 세워 두지 않겠다는 말에, 함께 동행했던 친구와 나는 뒤에서 벤츠를 밀었다. 벤츠는 ‘참말로’ 무거웠다. 욕을 퍼부어 대며 밀었던 그 벤츠의 무게. 그 당시 내 실패의 무게 만큼 무거웠고, 그 차를 뒤에서 밀고 있는 나는 한심하고 또한 서러웠다…


그 때 오빠는 ‘5년’이면 된다고 했는데…그 때 이후로 벌써 8년이 지났다. 나는 어떻게 되었냐고?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여전히 나의 자리에서 버티고는 있다는 것이다.

요즘 8년 전 내가 던졌던 그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막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같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 나는 감히 장담한다.

나도 조급했으니까, 빨리 성공하고 싶었으니까… 그들도 나처럼 빨리 성공하고 싶을 테니까… 왠지 남보다 빨리 잘 될 것만 같을 거니까…


나는 자기계발서를 그렇게 신뢰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신념’이라던가, ‘운’이라던가, ‘끌어당김의 법칙’ 등은 차라리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면 주변에 그를 통해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기계발서의 내용들은 왠지 내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그런 내가 요즈음 약간의 변화를 겪고 있는데 미친듯이 흘러가버리는 시간과 함께, 어쩌면 내가 시대를 읽지 못하고 나만의 아집에 갇혀 변화의 바람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감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자, 나도 그들이 궁금해졌다. 신xxx 이니, 자x이니 유튜버만 해서 엄청나게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나와 무엇이 달라서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따라서 그간 읽지 않던 자기 계발서를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른 것이다.


성공하려면 환경과 상황, 흐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내 것으로 만들기는커녕 그것들은 언제나 ‘내가 할 수 없는 이유’의 훌륭한 구실이 되어주었다. 어떤 일에 성공하려면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변화 개선시킬 의지가 없었다. 주변 환경과 조건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그것들을 내 쪽으로 끌어당겨서는 안 된다. 내가 그쪽으로 갈 줄 알아야 한다. 산을 옮기려면 내가 산으로 가야 한다. 산이 내게 와주는 경우는 없다.

-보도섀퍼, [멘탈의 연금술] 18.우리는 왜 포기하는가?-



최근 보도 섀퍼의 ‘멘탈의 연금술’이라는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데, 주요 테마는 ‘마인드셋’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고전은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많은 애서가들이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개발서가 그런 거 같다. 아마 한 번의 크나큰 실패가 나에게 남긴 상처의 의미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일까? 나름 와 닿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왜 창업을 했을까? 성공하고 싶어서? 나에게 있어 성공은 무엇이었을까? 돈 많이 버는 거? 그럼 얼마를 벌어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내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왜 사업을 했을까? 그 당시 사업을 하는 내내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소위 요새말로 ‘떡상’의 기회가 몇 번은 있었다. 다만 지나친 자기확신과 내 욕심에 눈이 멀어 그 기회를 나는 알아보지 못했다. 책 속에 내 실패의 원인을 깨닫게 해주는 구절이 너무 많았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문자’가 아닌 ‘상황’과 ‘이해’로 내 머리속으로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어쩌면 세상이 더 빨리 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또 다른 실패를 할까봐… 위의 저 글은 나의 실패 원인을 가장 통렬히 보여주는 문장이다. 이렇게 유명한 강사의 책에도 등장하는 거 보니, 저런 바보 같은 생각으로 실패하는 사람이 나 외에도 많은 가 보다 라는 생각에 나름 위안을 하게 된다. ㅋㅋㅋ


‘산을 옮기려면 내가 산으로 가야한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도 시류에 반하여 성공할 순 없다. 

그래, 산으로 일단 가야지. 그리고 나서 산을 옮기던, 산을 깨 부수던… 


흔히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믿는 방식이 자신의 앞날을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들이 자신의 세상을, 자신의 그릇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변화가 마치 나비의 날개 짓처럼 우리의 운명전체를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 우리가 버틸 수만 있다면 말이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 자리에서 인내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아직도 ‘산’이 나에게 오지 않았다고, ‘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초보사업가분들이 많을 지 모르겠다. 누군가 지금 나에게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 제일 중요할까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없이 시장 조사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저 시장조사는 충분히 했어요.” 라고 답할 초보 사업가님들이 엄청 많겠지만, 나는 그렇게 대답할 거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시장조사 말고 진짜 시장조사’ 말이다. 


당신의 그 아이디어가 시대와 함께 갈 수 있는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그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냥 세상이 말하는 그 트렌드 속에서 포지셔닝을 새로 잡아 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쨌든 ‘산’ 근처에는 있어야 제대로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테니 말이다. 


실패의 늪은 당신의 상상보다 훨씬 깊고, 두렵다. 7전8기? 남이 하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그런 무식한 생각 따위는 하지 말자. 영광의 상처가 아닌, 상처는 상처인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시간’이 ‘돈’만큼이나 소중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왜냐면….이젠 ‘5년’으로는 안되니까… 오빠가 말한 5년으로는 안 되더라고!


남이 말하는 숫자에 너무 현혹되지 말기를 바란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보고 싶은 부분만을 보는게 아니라 보여주는 부분만을 보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5년'이란 숫자는 표면적으로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5년인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 말이다. 물론 큰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업, 한탕이 있는 분야, 남&녀 관련 산업, 그리고 시절의 요구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예외이다. 자신이 그 '예외'에 편입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스스로 고민해봐야 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 안에 무수한 노력과 실수로 인해 쌓인 자신만의 진짜 노하우를 공개할 사람이 세상이 몇이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없다. 요새는 세속을 떠나는 스님들 마저도 그러기는 힘들 거 같다. 먹고 사는 문제이니까...


그리고, 내가 첫번 째 사업을 실패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끌고 갈 자신이 없어서 나는 모조리 내려 놓았다. 쉽게 말해 더 이상 인내하지 못했다. 인내심이 성공하는 가장 큰 자질 중 하나라는 것에 나는 기꺼이 동의한다. 


“왜 실패 했나요?”

“포기했으니까요…” 


당신이 포기하는 순간 실패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성공(목표지점)에 다다르기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실패’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에 대해서도 보도 섀퍼는 아주 명철한 정의를 내려주었다.


인내란 원하지 않는 것,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견디는 게 아니다. 그걸 오랜 시간 동안 억지로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내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열망이 올바른 기회를 얻기까지를 기다리는 것이다.

-보도 섀퍼, [멘탈의 연금술] 18. 우리는 왜 포기하는가?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희생은 감내해야해...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런 배고픔은 당연한거야!

그렇지 않다. 이런 구태연연한 도그마에 사로 잡혀 스스로를 모질게 대하지는 우리 말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내가 전혀 모르는 솔루션으로 진행했다. ㅎㅎㅎ 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이었던가…


결론은 성공할려면 포기하지 않아야 하고 포기하지 않을 려면 인내해야하고 인내할려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대로 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끈기있게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당신이 대기업 다니던 그 시절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유능한 MD였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쇼핑몰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쇼핑몰은 파는 것이 훨씬 큰 미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파는 것에 재능이 없다면 당신의 그 비상한 머리에도 불구하고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당신의 기획을 실현하기에는 비용이 턱도 없이 높을 것이며, 팔기 위해 사람을 모으는 방법은 또 다른 별개의 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당신이 가장 고민해야할 부분은 첫번째로 당신이 원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안에 놓여 있는 것인지, 그리고 당신이 선택한 솔루션이 당신이 잘 할 수 있는 방식인지 적어도 당신이 늘 해보고 싶던 방식이거나 혹은 도움이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언젠간 성공이라는 섬에 닿겠지. 


 자기계발서의 재발견! 역시 세상에 쓸데 없는 것은 없다. 다 자신이 활용하기 나름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된다.


어쨌거나 말야, 오빠… 5년으론 안되더라구… 그래도 더 버틸 수는 있을 거 같아. 이제 조금은 이 일을 즐기기 시작했거든.하지만 말야 조금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뻔 했어.그러면...내 '지금'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만일 아직 고민 중인 누군가가 있다면,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그리고 가볍게 출발하기를...


5년으론 안되니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21세기의 명당 : ‘창’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