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이 책 뭐지? 진짜 뭐지?”
"이 작가 무섭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채 10장도 넘기지 않았는데 들기 시작한 이 생각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아니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매고 다녔습니다.
"이 책 뭐지?"
"이 작가 뭐지?"
그리다 정신이 차차 돌아오면서(?)
"이 순간부터 나 성해나 작가 완전 팬!!" 했습니다.
처음엔,
'책 제목도 책표지도 낯설다'했습니다.
지금은 왜 이 소설책 제목이 《혼모노》인지
책표지가 왜 색과 촉감을 달리 한 '반반의 사과'인지 이해가 됩니다.
이 모든 기획이 작가에게서 나왔다면 '완전 소름'입니다.
출판사의 의도라면 '감탄의 박수'를 보냅니다.
혹시 '혼모노'의 뜻을 아시나요?
일본어 단어로 '진짜' '진품'이라는 뜻입니다.
한때 인터넷에서 민폐를 끼치는 극성팬을 비꼬는 말로 사용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진짜배기'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다시 사용되기도 합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오즈 (2019)》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집《빛을 걷으면 빛 (2022)》《혼모노(2025)》이 있다. 장편소설로는 《두고 온 여름(2023)》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2025)》등이 있다.
7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려 있습니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스무드'
'혼모노' '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우호적 감정'
'잉태기'
'메탈'
각 소설들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고요?
읽으실 때 어떠한 필터도 그냥 생감정 그대로 느껴보시라고요.
근데 미쳤습니다.
감각적입니다.
제가 이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요,
첫째, 7편 각각의 이야기가 강렬합니다.
'어떻게 이런 소제를 가져왔을까?'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합니다.
둘째, 소설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이 모든 소설의 주인공이 다르고, 소설의 시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속에 그냥 들어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
사건보다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각 소설 속 인간의 심리 묘사가 뛰어납니다.
읽는 동안
신애기였다 도사였다,
여재화였다 구보승이었다,
조현이었다 시우였다 우림이었다 합니다.
모든 소설 속 주인공이 됐나, 상대가 됐다 그러고 있습니다.
'나 왜 이러니?'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욕망과 결핍을 가지고 있지만,
타인에게 드러내기를 어려워합니다.
서로에게 솔직하고 기대고 싶지만, 약점이 될까 두렵습니다.
이 지점에서 묘한 친밀감 혹은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 소설 속 인물들이 한 편의 내 마음과 또 한 편의 내 마음이기도 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순간과 이기심으로 움직이는 순간이 공존합니다.
너무 솔직하기에 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마주하기 살짝 거부감(?)이 있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래' 인정하고 있습니다.
'본연의 인간'을 마주합니다.
내 속의 양면성을 봅니다.
넷째, 감정이 계속 움직입니다.
서로에 대한 관심, 오해, 그로 인한 불편, 각자의 입장에서 이해, 그러고 나서 어정쩡한 친밀감.
이러한 감정들이 한 인물 속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 사이에서의 겹침이 너무 생생하고 현실적입니다.
읽는 내내
숨이 멈춰 있다 이야기가 끝나는 즈음마다 터져 나옵니다.
휴우...
헤어날 수 없습니다.
인물들 교차하는 감정 속에서
"너도 그러지? 나도 그래."
묘하게 인정받는 느낌입니다.
인물들 관계 속에서
진심인데 어색하고, 가까운데 멀고.
"인간관계는 원래 그래."
위안을 받습니다.
강렬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여운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미묘한 결을 좋아하는 분, 관계가 왜 이렇게 복잡한지 궁금하신 분, 사람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 단편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으신 분들 읽어보시길요!
강추합니다.
.......
소설은 독자에게 여재화와 구보승 둘 중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지,
혹은 둘 중 누구를 택하고자 하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보다는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인간이란 무릇'이라는 표현과 같이
정갈하게 정리된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제약된 시야와
그러한 존재적 조건에도
축적되고 형성되어 가는 역사를
복잡하게 생각하도록 유인한다.
......
《혼모노(p.342)》 중에서.
좋은 소설은 설명하지 않고 깨닫게 한다. 혼모노는 조용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인간의 마음과 관계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