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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파이프 PIPE K Aug 15. 2022

무더운 여름을 위한 글램 메탈 플레이리스트 (1)

반 헤일런, 콰이어트 라이엇, 도켄, 건스 앤 로지스, 머틀리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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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수만 명의 관중들이 록 콘서트장에 모여 있는 모습은 대중음악사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웃통을 벗은 남자들과 브라탑을 입은 여자들이 진동하는 스피커 앞에서 장발의 머리를 흔들어 대는 청춘의 풍경은,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느낌마저 준다. 록 음악의 역동성이 현실 세계에 형상화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여름날의 록 콘서트 현장은, 세기가 바뀌는 동안에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재현되어 왔다.


  데뷔 앨범 'Are You Experieced?'(1967)를 갓 발표한 지미 헨드릭스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1967년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 더 후와 산타나, 그레이트풀 데드, 제퍼슨 에어플레인과 재니스 조플린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화려하게 라인업을 장식했던 1969년 우드스탁. 대중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전성기 레드 제플린의 1973년 라이브. 1985년 100여개 국으로 생중계되어 15억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1억 5000만 파운드의 모금액을 기록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쇼 '라이브 에이드', 다음 세기의 록 사운드를 규정지을 전설의 앨범 'OK Computer'(1997)를 발표한 라디오헤드가 처음으로 헤드라이너를 맡은 1997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록 음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이 모든 공연들은 전부 여름에 이루어졌으며, 밴드와 관중들이 만들어 냈던 열정적인 분위기 덕분에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름과 록 음악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장르는 바로 헤비메탈, 그 중에서도 LA의 빛나는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글램 메탈이다. 1980년대 메탈 음악의 부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한 글램 메탈은 90년대에 들어 스스로의 음악적 한계에 부딪히며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적으로 '헤비메탈'이라고 하면 글램 메탈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주로 단순한 사운드와 노랫말을 중심으로 일명 '꽃미남' 보컬리스트를 앞세워 여성 팬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모으던 글램 메탈 밴드들은, 록의 대중화를 이끌며 이후 오래도록 기억될 '여름 록 음악'의 한 시대를 장식했다.




1. Van Halen - Ain't Talkin' 'Bout Love [Van Halen]


https://youtu.be/qtwBFz6lfrY


"Ain't talkin' 'bout love,

My love is rotten to the core.

Ain't talkin' 'bout love,

Just like I told you before."


"사랑 얘기가 아니야,

내 사랑은 안쪽까지 썩어 있어.

사랑 얘기가 아니라니까,

전에도 말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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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플레이리스트의 첫 번째 곡은 반 헤일런의 데뷔 앨범 'Van Halen'(1978)에 수록된 'Ain't Talkin' 'Bout Love'로, 밴드의 초기 명곡으로 손꼽히는 트랙이다. 이 곡은 글램 메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인 78년 발매되어 장르의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되는데, 특히 곡의 구성과 코드, 중심이 되는 리프와 멜로디라인이 단순하면서도 중독성이 있어 다음 세대의 메탈 음악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데이비드 리 로스와 함께했던 초창기의 반 헤일런을 글램 메탈 밴드라 칭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데뷔 앨범 'Van Halen'에 이어 발표한 'Van Halen II'(1979)와 'Woman and Children First'(1980), 'Fair Warning'(1981), ‘Diver Down'(1982) 등에서 밴드는 하드 록의 색채를 강하게 보이는데, 막상 반 헤일런이 본격적인 글램 메탈로 노선을 틀게 된 기점은 6집 '1984'(1984)에 이르러서다. 'Van Halen' 발매를 기준으로 6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Ain't Talkin' 'Bout Love'라는 하드 록 넘버가 글램 메탈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결코 적지 않다. 메인 리프이기도 한 인트로 라인이 매우 유명한 이 곡은 하드 록의 사운드와 함께 단순한 음악적 구조를 담아냄으로써 록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 곡에서는 'Eruption'을 비롯한 다양한 트랙에서 찾을 수 있는 에디 반 헤일런의 태핑(Tapping)과 레가토(Legato) 등의 화려한 테크닉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복잡한 리프와 속주 없이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듣는 사람에게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피킹 하모닉스나 코러스 파트에서의 다이나믹을 끌어올리는 아밍 등 에디 반 헤일런의 섬세한 터치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즉, 반 헤일런은 'Ain't Talkin' 'Bout Love'라는 곡을 통해서 헤비 메탈이라는 장르에서 화려한 테크닉 없이도 감각적인 트랙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곡의 노랫말은 이후의 글램 메탈이 으레 그렇듯 육체적 사랑, 즉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나 이 곡은 믹 재거, 스티븐 타일러 등과 함께 록 음악계에서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리 로스의 사생활과도 관련이 깊은데, 가령 밴드의 객원 멤버들을 사주하여 공연장의 젊고 예쁜 여성들을 백스테이지로 들어오게 한 다음 그들과 잠자리를 같이 한 여자를 자신에게 소개시켜 줄 때마다 100달러를 현금으로 주었다는 일화는 그의 문란한 사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건대 'My love is rotten to the core'라는 가사는 진실된 고백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잘나가는 밴드의 프런트맨이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일종의 과시가 아니었을까.




2. Quiet Riot - Slick Black Cadillac [Quiet Riot II]


https://youtu.be/b9TAqNPktyw


"I don't need no driver's license,

I'm too reckless to survive.

It's like a carburettor, instigator.

Feels alright. Yes, it feels alright!


Drivin' in a slick black Cadillac..."


"면허는 필요 없어.

나의 삶은 너무 무모하지,

난 카뷰레터 같고, 선동자 같아.

기분이 좋아. 아, 기분 최고야!


멋진 검은색 캐딜락을 모는 느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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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헤일런이 1978년 'Van Halen'을 발표하고 이름을 알리던 시기, LA에서는 랜디 로즈를 중심으로 결성된 콰이어트 라이엇이 1집 'Quiet Riot'(1977)과 2집 'Quiet Riot II'(1978)를 발표하고 반 헤일런의 오프닝 무대에 오르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시장을 겨냥한 두 앨범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밴드는 주축 멤버였던 랜디 로즈가 콰이어트 라이엇을 떠나 오지 오스본 밴드에 합류한 뒤인 1983년, 3집 'Metal Health'를 발표하고 나서야 비로소 메이저 씬에 진출하게 된다. 밴드의 대표곡 중 하나인 'Slick Black Cadillac'은 2집에 최초 수록되었지만 5년 후 3집에 재수록된 곡이며, 따라서 이 노래가 제대로 세상의 빛을 본 것은 80년대에 들어서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Slick Black Cadillac'을 83년의 'Metal Health' 수록곡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반 헤일런이 활동을 시작한 70년대 후반 이미 2집을 통해 발표된 곡이라는 점에서 이 트랙을 글램 메탈의 원형이 되는 음악으로 보는 관점 또한 합당할 것이다. 직선적인 오픈 하이햇의 8비트 드럼 리듬에 맞추어 곡 내내 반복되는 I-V 파워 코드의 팜 뮤트 사운드는 80년대 메탈 음악의 문법과도 같으며, 케빈 듀브로의 거칠고 높으면서도 특유의 무게감이 있는 보컬은 70년대의 하드 록 보컬과는 다른, 메탈 싱어가 갖춰야 할 지향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트랙이 글램 메탈의 정체성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음악적인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콰이어트 라이엇은 글램 메탈을 칭하는 다양한 이름 중 하나인 '헤어 메탈'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는 데에 일조한 밴드로, 머리를 기르고 달라붙는 가죽바지를 입으며 여성의 전유물인 힐을 신는 등 외적으로 화려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또한 'Slick Black Cadillac (멋진 검은색 캐딜락)'이라는 제목에서 보여지듯 방탕하고 사치스러우며 무분별한 젊음을 긍정하면서 LA를 근거지로 하는 록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일구어 내기도 했다. 콰이어트 라이엇을 70년대 밴드로 보든, 80년대 밴드로 보든 글램 메탈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냈다는 데에 이견을 가지는 록 팬은 없을 것이다.




3. Dokken - Unchain the Night [Under Lock and Key]


https://youtu.be/qDyGLOUB6AE


"Never unchain the night,

Don't tell me that the love is gone.

Never unchain the night,

I'm never gonna set you free."


"이 밤을 놓아주지 마,

제발 사랑이 끝났다고는 말하지 말아줘.

이 밤을 놓아주지 마.

난 절대 너를 보내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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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발매된 도켄의 3집 'Under Lock and Key'의 수록곡 'Unchain the Night'는 밴드 특유의 헤비하고 정교한 사운드의 정수가 담겨 있는 트랙 중 하나다. 데뷔 앨범 'Breaking the Chains'(1981)를 발표한 이후 대다수의 글램 메탈 밴드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던 도켄은,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글램 메탈 밴드였지만 음악적 본질을 들여다보면 자기 복제에 빠져 있던 여타 동시대의 밴드들과 비교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내실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를 가능케 한 요인은 바로 밴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기타리스트 조지 린치와 보컬 돈 도켄의 갈등,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긴장 관계다. 본래 보컬과 기타를 겸하고 있던 돈 도켄이 드러머 믹 브라운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합류한 조지 린치를 불편하게 여겼다는 풍문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돈 도켄은 조지 린치의 작곡과 플레이에 지나치게 관여했고, 이에 불만이 많았던 조지 린치는 1989년 도켄을 탈퇴하며 밴드는 결국 해체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도켄의 공격적이면서도 서정적이며 멜로딕한 음악적 정체성이 정립될 수 있었던 것은 조지 린치의 화려한 플레잉과 돈 도켄의 멜로우한 보컬 톤이 조화롭게 어울렸기 때문이다.


  'Unchain the Night'에서도 이러한 케미스트리를 느낄 수 있다. 곡의 테마는 비교적 느린 템포에 복잡하지 않은 리프를 중심으로 하며, 마이너 스케일의 음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글램 메탈 트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돈 도켄의 보컬도 이러한 무드를 형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낭만적인 사랑의 말이 아닌 집착과 포기, 원망 등의 어두운 감정들을 쏟아 내는 돈 도켄의 목소리는, 얇지만 날카롭고 진폭이 크기 때문에 전반적인 밴드의 사운드와 잘 어우러진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기타 솔로에서는 조지 린치의 시그니처와 같은 해머링(Hammer-on)과 풀링 오프(Pull-off)를 감상하는 묘미도 느낄 수 있다.




4. Guns N' Roses - Rocket Queen [Appetite for Destruction]


https://youtu.be/WO0OUoCDlBE


"I'm a sexual innuendo

In this burned out paradise.

If you turn me on to anything,

You better turn me on tonight.


Here I am, and you're a Rocket Queen.

I might be a little young but honey,

I ain't naive."


"이 불타 버린 천국에서 나는 성적인 계시야.

네가 어떤 식으로든 날 흥분시킬 수 있다면,

오늘 밤 나를 흥분시켜 봐.


자, 여기 내가 왔어. 당신은 로켓 퀸이고.

난 풋내기긴 하지만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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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의 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건스 앤 로지스에 대해 저마다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음악이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독특한 장르를 구축하며 다양한 팬층을 끌어모았던 까닭이다. 1987년, 글램 메탈을 포함하여 그야말로 헤비메탈의 홍수 속에서 데뷔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을 발표한 건스 앤 로지스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는데, 정규 1집을 발표하고 이듬해 미니 앨범 'G N' R Lies'(1988)를 내놓은 그들은 91년 더블 앨범 'Use Your Illusion'의 발매와 함께 대체할 수 없는 대중음악이 아이콘이 된다.


  그러나 밴드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이지 스트래들린의 탈퇴 이후 건스 앤 로지스는 짧았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 이후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여 작업을 재개하기는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사실상 세 개의 정규 앨범이 그들의 유일한 디스코그래피로 남게 된다. 그 중에서 멤버들 간의 음악적 합일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앨범이 바로 발매 당시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기록하고 현재까지 3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Appetite for Destruction'이다. 'Sweet Child O' MIne'부터 'Paradise City', 'Welcome to the Jungle'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명곡들을 남긴 이 앨범은, 80년대 말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LA발 록 음악의 생명을 연장시킨 바 있다. 그러나 'Appetite for Destruction'은 결코 글램 메탈 앨범으로 분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음악적 지향점부터 멤버들의 애티튜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을 글램 메탈 혹은 LA 메탈로 분류하지 말라는 멤버들의 확고한 의사가 그들의 음악을 기존의 틀에 가두지 말 것을 종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 'Rocket Queen'을 이번 플레이리스트에 포함시킨 이유는, 글램 메탈을 다루는 데 있어 건스 앤 로지스의 언급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려 6분이 넘는 러닝 타임을 가진 이 트랙은 건스 앤 로지스 음악의 특징이기도 한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경쾌한 16비트 드럼 사운드로 시작하는 전반부는 당시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유명했던 18살의 'Barbi'라는 여성에 대한 성적인 뉘앙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유의 그루브가 있는 메인 리프와 슬라이드 바를 이용한 기타 솔로는 글램 메탈의 일반적인 특징과는 거리가 있지만, 젊은 액슬 로즈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글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전혀 이질감이 없다. (중간에 등장하는 여자의 신음 소리는 액슬 로즈와 '아드리아나'라는 여성과의 섹스 장면을 실제로 녹음한 것이다!) 후반부는 꽤나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가사의 내용도 전반부와는 달리 희망적이고 따뜻한 위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액슬 로즈는 인터뷰를 통해 해당 파트가 "이 사람(Barbi)에 대한 나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정적인 기타 솔로와 함께 마무리되는 이 곡은, 건스 앤 로지스의 초기 색채가 듬뿍 담겨 있는 시원한 여름 록 넘버로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5. Mötley Crüe - Kickstart My Heart [Dr. Feelgood]


https://www.youtube.com/watch?v=mVurA44hwiw&ab_channel=M%C3%B6tleyCr%C3%BCe-Top


"Always got the cops coming after me,

Custom-built bike doing 103.

My heart, my heart,

Kickstart my heart."


"내 뒤에는 언제나 경찰들이 쫓아오지,

시속 103 마일을 뽑아내는 커스텀 바이크 뒤를 말이야.

나의 심장, 나의 심장,

나의 심장에 시동을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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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포스트의 마지막 곡은 글램 메탈의 상징과도 같은 밴드이자 록 음악사의 살아 있는 전설, 머틀리 크루의 대표곡 중 하나인 'Kickstart My Heart'다. 80년대 LA를 본거지로 하여 활동하던 수많은 글램 메탈 밴드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대성했던 머틀리 크루는 그 명성에 걸맞게도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특히나 2집 'Shout at the Devil'(1983)의 성공 이후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밴드의 멤버들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사고들을 일으키는 바람에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Shout at the Devil'을 포함하여 'Theatre of Pain'(1985), 'Girls, Girls, Girls'(1987)를 연이어 발표하던 당시 머틀리 크루의 멤버들은 심각한 마약 중독을 겪고 있었고, 그루피들과의 난잡한 성생활을 즐기는 등 위태로운 젊음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방탕한 삶에 빠져 있던 머틀리 크루의 일화 중 가장 유명한 건은 다름 아닌 빈스 닐의 음주 운전 사고다. 1984년, 파티에서 잔뜩 술에 취해 있던 빈스 닐은 하노이 락스의 드러머 '래즐'을 차에 태우고 인근의 슈퍼마켓을 향해 운전하던 도중 사고를 냈고, 래즐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멤버들의 생활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도 이 무렵부터다. 이들은 후일에 밝히기를 당시의 생활이 즐겁지 않았고, 자신들이 망가져 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Kickstart My Heart'의 모티프가 되는 니키 식스의 헤로인 중독 사건이 그 정점이었다. 니키 식스는 당시 약물 중독 증세가 매우 심각했는데, 1987년에는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인한 일시적인 심정지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주변의 회고에 따르면 병원으로 호송되는 도중 그는 사망 선고를 받았지만, 머틀리 크루의 팬이었던 간호사가 그의 심장에 아드레날린을 직접 투여하여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이 담겨 있는 곡이 바로 'Kickstart My Heart'다.


  1987년을 기점으로 현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약물 중독 치료를 받으며 회복의 기간을 거친 멤버들은 본 조비의 프로듀서 '밥 록'과 함께 밴드의 최고작 'Dr. Feelgood'(1989)을 발표한다. 정제된 사운드와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새출발한 머틀리 크루는 여전히 건재했으며 음악적으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준다. 마치 바이크의 시동을 거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시작되는 'Kickstart My Heart'는, 달라진 머틀리 크루의 음악을 대표하는 곡이다. 거친 헤비메탈의 질감을 되찾은 밴드는 'Kickstart my heart, give it a start'라는 가사처럼 빠른 템포의 트랙 위에서 다시 한번 신나게 질주한다.




Background Image : <Van Halen>. Van Halen.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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