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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파이프 PIPE K Dec 23. 2021

조금 우울한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 (2) -完

핑크 플로이드, 버브, RHCP, 벨벳 언더그라운드, 킬스



6. Pink Floyd – Nobody Home [The Wall]


https://www.youtube.com/watch?v=gNMGrkCNLVk&ab_channel=PinkFloyd-Topic


"I've got wild staring eyes

And I’ve got a strong urge to fly,

But I got nowhere to fly to.

Ooh, babe when I pick up the phone,


There's still nobody home."


"나는 사납게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고

날아가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있지만

날아갈 곳이 없네.

오, 전화를 걸어 봐도


여전히 아무도 없네."


-


  'Nobody Home'은 로저 워터스가 핑크 플로이드를 거의 단독으로 진두지휘하던 70년대 후반 발매되었던,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오페라 앨범 'The Wall'(1979)의 수록곡 중 하나이다. 'The Wall'은 일반적인 앨범과 달리 정해진 서사와 등장인물이 있는, 이를테면 한 편의 문학 작품과도 같은 앨범이면서 핑크 플로이드의 유일한 더블 앨범이기도 한데, 총 4개의 Side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4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The Wall'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작품 속 주인공인 '핑크'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로,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의 병적인 집착, 폭력에 노출되었던 학창 시절, 그리고 전쟁 등을 겪으며 성장하여 점점 사회와 단절되는 '벽'을 쌓아간다. 불안정한 정신적 기반을 가진 핑크는 순회 공연 투어 도중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게 되고, 마침내 벽을 완성하여 스스로를 완전히 고립시킨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하고,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다가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를 깨우기 위해 들어온 매니저와 의사들은 그에게 약물을 투여한 뒤 다시 공연을 강행하며, 무대에 오른 핑크는 결국 관중들을 선동하여 망치 제국(Hamemrs)을 만들며 파시즘적 광기를 표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문득 거대한 죄의식을 느끼고, 마음 속 재판을 열어 벽을 허물고 모두에게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형벌을 스스로에게 내린다.


  'The Wall'이 담고 있는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와는 별개로, '핑크'라는 인물의 탄생과 그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까지의 역사, 그리고 단절된 공간에서 그가 느끼는 허무함과 고독감, 내면의 죄의식 등을 치열한 문학적 비유로 표현해 낸 로저 워터스의 남다른 예술성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Nobody Home'은 핑크가 벽을 완성하고 나서 상실감과 고독감을 느끼는 파트에 해당하는데, 로저 워터스의 읊조리는 듯한 초반부의 목소리와 후반부 절규의 대비는 인간의 절망을 표현하는 데 있어 놀라울 정도로 강렬한 효과를 준다. 3분 24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체감되지 않을 만큼 극적인 감정의 흐름을 담아 낸 ‘Nobody Home'은 인간의 우울감이 음악이라는 형식으로 현현된 듯한 느낌을 준다.




7. The Verve – The Drugs Don't Work [Urban Hymns]


https://www.youtube.com/watch?v=ToQ0n3itoII&ab_channel=TheVerveVEVO


"If heavevn calls, I'm coming, too.

Just like you said, you leave my life.

I’m better of dead.

Now the drugs don't work.

They just make you worse,

But I know I'll see your face again."


"하늘이 날 부르면, 나도 갈 거에요.

당신이 말한 것처럼 당신은 내 삶을 떠나요.

난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이제 약도 말을 듣지 않네요.

그것들은 그저 당신을 더 안 좋게 할 뿐이에요.

하지만 나는 당신의 얼굴을 다시 볼 거라고 믿어요.“


-


  'Bitter Sweet Symphony'로 유명한 버브의 3집 앨범 'Urban Hymns'(1997)의 또 다른 히트곡 'The Drugs Don't Work'다. 국내에서 버브의 인지도는 'Bitter Sweet Symphony'를 제외하면 사람들에게 대부분 알려진 곡이 없을 정도로 본국인 영국에 비에 확연히 낮지만, 사실 버브는 브릿 어워즈를 수상한, 9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다. 당시 한국에서는 'Urban Hymns'의 발매가 금지되고 대신 'Bitter Sweet Symphony' 싱글 앨범만 수입되었는데, 그 원인이 된 트랙이 바로 'The Drugs Don’t Work'다.


  곡에서 사용된 'Drugs'는 일반적인 '약'을 의미하기도 하고, ‘마약'의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 작곡자이자 팀의 보컬인 리처드 애쉬크로프트가 앨범 발매 당시 진행했던 인터뷰를 보면, “그게 제가 지금 느끼는 것들입니다. 그것들은 저를 더 나쁘게 만들지만, 여전히 저는 그것들을 먹습니다. 지루함과 좌절로부터 도망칠 어떤 것을 찾는 거죠.” 라는 담화가 있다. 이 곡이 쓰여질 당시가 밴드 멤버들이 메스암페타민에 심취해 있던 95년 초반이니, 곡의 내용은 그가 마약 사용으로부터 느꼈던 우울감과 좌절감을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Drugs'를 '마약'으로만 해석해서는 이 곡의 가치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The Drugs Don't Work'는, 애쉬크로프트의 말을 빌리자면 '누군가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만들어진 곡이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11살 때 암으로 죽었는데, 그는 그때의 경험이 그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회고한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죽어 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심정은 어땠을까. 리처드는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로 '약은 말을 듣지 않고 당신은 점점 더 나빠지지만 나는 당신의 얼굴을 다시 볼 것이라 믿는다'는 가사가 품고 있는 슬픈 감정을 한편으로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승화시키며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처절하게 표현해 낸다. 다이애나 비(妃)의 사망 바로 다음 날 발표된 이 곡은 당시 슬픔에 빠져 있던 영국인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후로 'The Drugs Don't Work'는 영국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사랑 받는 노래가 되었다.




8. Red Hot Chili Peppers – Scar Tissue [Californication]


https://www.youtube.com/watch?v=mzJj5-lubeM&ab_channel=RedHotChiliPeppers


"Soft spoken with a broken jaw,

Step outside but not to brawl and

Autumn's sweet, we call it fall.

I'll make it to the moon if I have to crawl and


With the birds I'll share this lonely view."


"부러진 턱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말투.

밖으로 나가지만 싸우려고 하지는 않고,

*가을은 달콤해, 우린 그걸 'fall'이라 부르지.

내가 기어가야만 한다면 나는 달에 도착할 거야. 그리고


이 외로운 풍경을 새들과 함께할 거야."


*Fall : 추락과 가을이라는 동음이의어를 활용.


-


  여기, 중독에 대한 고백이 하나 더 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Scar Tissue'다. 서정적인 발라드 넘버 'Scar Tissue'는 존 프루시안테가 'Blood Sugar Sex Magik'(1991) 발표 이후 밴드를 탈퇴하였다가 8년 만에 복귀하여 발매한 정규 7집 'Californication'(1999)에 수록된 곡이다. 음악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이 앨범으로 밴드는 RHCP의 정체성이었던 펑크(Punk) & 펑크(Funk)의 틀을 깨고 더 멜로딕하고 소프트한 장르를 보여 주며 음악적 탈바꿈에 성공한다. 보컬 앤서니 키디스에 따르면 본 앨범은 "캘리포니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영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밴드 멤버들이 서로의 집에 모여 'Californication'의 트랙들을 작곡하기 시작하던 무렵, 그들이 그간 겪어 온 삶의 변화, 특히 존 프루시안테가 밴드를 탈퇴하고 나서 공백기 동안 겪었던 마약 중독 문제 등으로 인해 서로 간의 분위기가 전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앤서니 키디스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Scar Tissue'는, 밴드의 구성원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흉터'에 대한 이야기다. 오랜만에 밴드의 품으로 돌아온 존은 자신의 솔로 활동에서 시도한 바 있는, 두 개의 노트를 사용한 리듬으로 'Scar Tissue'의 시작을 알리고, 곧이어 ‘Scar tissue that I wish you saw (당신이 보았으면 하는 흉터)'라는 가사와 함께 앤서니의 담백하면서도 외로운 멜로디가 쏟아져 나온다. 각 후렴이 끝나면 기타 솔로 파트가 총 3번 등장하는데, 각 솔로마다 달라지는 존의 섬세한 변주도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고백적이고 비유적인 가사다. 이전까지는 펑키(Funky)한 리듬 위로 거친 래핑을 주로 선보인 앤서니였지만 'Californication'을 기점으로 그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발라드를 많이 부르게 되었고, 작사 시에도 비유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Scar Tissue'에서도 그의 비유적인 작사가 돋보인다. 'Sarcastic Mr. Know-it-all (냉소적인 '잘난체' 씨)'는 존의 대체자였던 데이브 나바로를 가리키고 'Soft spoken with the broken jaw (부러진 턱으로 부드럽게 말하는)'이라는 가사는 헤로인 투여로 인해 치아와 턱에 문제가 생겼던 존 프루시안테에 대한 회상이다. 'Young Kentucky girl in a push-up bra (푸시업 브라를 입은 어린 켄터키 여자애)'의 '심장을 핥고 건강을 맛본다'는 가사는 단순한 성적 욕망을 넘어 마약 사용의 비유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화자가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면서 꺼내 보이는, 'Scar tissue that I wish you saw (당신이 보았으면 하는 흉터)'는 아주 외로운 고백처럼 들린다.




9. The Velvet Underground – Pale Blue Eyes [The Velvet Underground]


https://www.youtube.com/watch?v=aNSH8OdHx2A


"It was good what we did yesterday,

And I'd do it once again.

The fact that you are married

Only proves you're my best friend.

But it's truly, truly a sin.


Linger on your pale blue eyes."


"우리가 지난날 했던 것들은 좋았고,

나는 그것들을 다시 할 거야.

네가 결혼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좋은 친구라는 걸 증명할 뿐이야.

하지만 그건 정말로, 정말로 큰 잘못이야.


너의 창백하고 푸른 눈동자가 아른거려."


-


  아홉 번째 순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3집 앨범 'The Velvet Underground'(1969)의 수록곡 'Pale Blue Eyes'다. 앤디 워홀의 '바나나 앨범 커버'로 유명한 1집 'The Velvet Underground & Nico'(1967)로 데뷔한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전위 예술을 표방한 음악 스타일로 당시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고, 이러한 아방가르드적 성향은 2집 'White Light/White Heat'(1968)에 이르러 더 심화된다. 난해한 구성과 급진적이고 노골적인 가사, 의도적인 로파이(Lo-Fi) 레코딩 등 60년대 밴드로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모습을 보였던 그들의 초기 음반은 '노이즈 록', '익스페리멘탈 록' 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반면 바로 다음에 발표한 3집 'The Velvet Underground'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정제되고 차분한 음악을 표방하고 있다.


  서정적이고 차분한 ’The Velvet Underground'의 트랙들 중에서도 가장 마일드한 곡이 바로 'Pale Blue Eyes'다. 곡의 구성과 질감은 매우 간결하다. 클린 톤의 기타 핑거링 연주와 탬버린 리듬. 그리고 브릿지 등의 별다른 베리에이션 없이 총 5번 반복해서 등장하는 Verse와 'Linger on your pale blue eyes (너의 창백하고 푸른 눈동자가 아른거려)'라는 간단한 후렴구. 심지어 코드조차 간결한 이 곡은 자칫하면 뻔하고 지루하게 들릴 수 있지만, 놀랍게도 60년대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 만큼 세련된 느낌을 준다. 여기에는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는데, 우선 어쿠스틱 기타가 아니라 일렉트릭 기타의 클린 톤을 사용했다는 점과 창법 및 레코딩 방식이 동시대의 밴드들과는 달리 담백하고 미니멀하여 ‘올드’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롤링 스톤즈나 애니멀즈의 발라드를 생각해 보라!) 하지만 진정 포인트가 되는 요인은 미분음의 사용이다. 미분음이란 일반적인 12음계에서 반음의 간격 사이에 놓여 악보에 표현되지 않는, 더 세밀한 간격의 음을 말하는데, 각 Verse 6번째 마디의 기타 벤딩 주법을 이용한 미분음의 사용이 곡 특유의 서정성을 한층 깊게 만들어 준다.


  루 리드에 따르면 이 곡은 다른 남자와 결혼한 옛 연인 셸리 앨빈에 대한 내용이라고 한다. 'Sometimes I feel so happy, but mostly you just make me mad. (가끔씩 나는 행복하지만 주로 너는 날 화나게 만들어.)', 'Thought of you as everything I've had, but couldn’t keep. (너를 내가 가진 모든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킬 수는 없었어.)' 등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가사를 보면 첫사랑이었던 그녀에 대한 루 리드의 애증 섞인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여담으로 셸리 앨빈의 눈은 가사 속 '푸른 눈'이 아니라 갈색과 어두운 녹색이 섞여 있는 '헤이즐'이었는데, 그럼에도 'Pale blue eyes'라는 표현은 시각적 상징의 의미에서 탁월한 효과를 낳는다. 중반부의 블루스 솔로 또한 일품이다. 잔잔한 발라드 위로 펼쳐지는 클린 톤 기타 솔로는 곡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우울감과 아련함이 섞여 있는 서정적인 무드를 완성시킨다.




10. The Kills – The Last Goodbye [Blood Pressures]


https://www.youtube.com/watch?v=MgaHy7DYs3g&ab_channel=DominoRecordingCo.


"I heard all you said and I love you to death.

I heard all you said, don’t say anything.


It's the last goodbye, I swear.

I can’t survive on a half-hearted love that will never be whole."


"당신이 하는 말을 다 들었지만 난 당신을 죽을 만큼 사랑합니다.

당신이 하는 말 다 들었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이게 마지막 작별일 거에요, 맹세해요.

온전해질 수 없는 반쪽짜리 사랑에서 난,

더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


  앨리슨 모스하트와 제이미 힌스가 결성한 록 듀오 킬스의 'The Last Goodbye'가 이번 플레이리스트의 마지막 곡이다. 앨리슨 모스하트는 과거 '디스카운트‘라는 펑크 밴드에서 하이 톤의 거친 목소리를 쏟아 내던 보컬이었는데, 그녀는 디스카운트 시절 잉글랜드 투어 도중 기타리스트 제이미 힌스를 만났고 그에게 밴드를 만들자고 끈질기게 제안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후 서로 테이프를 보내며 교류하다가 2000년 디스카운트가 해체되자마자 앨리슨이 런던으로 건너가면서 우여곡절 끝에 ‘킬스'가 결성된다. 개러지 록을 중심으로 포스트 펑크와 사이키델릭을 수용하며 생동감 넘치는 곡들을 만들어 낸 이들은 총 5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한 음악성을 보여 주고 있는데, 'The Last Goodbye'가 수록된 앨범은 2011년 발매된 4집 'Blood Pressures'다.


  퍼즈 톤의 기타 사운드와 인스트루멘털 미니멀리즘이 강조된 앨범 'Blood Pressures'는 전반적으로 인디 록과 개러지 록을 표방하고 있지만 단 하나의 트랙, 'The Last Goodbye'만큼은 진득한 피아노 발라드 넘버다. 특히나 앨리슨의 저음 보컬이 어두운 피아노 톤과 함께 일으키는 시너지는 놀라울 정도다. 산발을 한 앨리슨 모스하트와 약간의 장난기가 섞인 얼굴의 제이미 힌스가 포토부스 안에서 4분 동안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뮤직비디오 또한 꽤나 인상적인데, 남자를 사랑하지만 그 남자는 자신에게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자의 마음을 담아낸, 처절하게 슬픈 가사를 생각해 보면 비디오에서 그들이 보여 주는 표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을 갉아먹고 있지만 거기로부터 헤어날 수 없는 관계, 혹은 그런 마음들. 그런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작별을 고해 보지만 그조차 쉽지 않은, 그러나 그게 정말 마지막 작별일 것 같아 무섭기도 한, 그런 복잡한 심경을 담아낸 곡이 'The Last Goodbye'다. "I can't rely on a-dime-a-day love that don't go anywhere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싸구려 사랑에 더는 의존할 수 없어요)" 에서 사용된 a-dime-a-day (하룻밤에 1다임)이라는 표현이나 "I can’t rely by an odds and ends love that don’t ever match up (짝이 맞지 않는 자질구레한 사랑에는 의존할 수 없어요)“와 같은 문장들에서 느껴지는 사랑에 대한 초라함은 이를 데 없이 비참하다. 하지만 화자는 그 남자를 사랑한다. "I heard all you said and I took it to heart (당신이 하는 말을 다 들었고, 나는 그걸 마음에 담아 뒀어요)” 그래서 그가 하는 말들에 상처를 받고, 또 기억한다. "It's the last goodbye, I swear (이게 마지막 작별이에요, 맹세합니다)" 화자가 마지막으로 마음먹는 일은, 따라서 작별을 고하는 일이다. 온전하지 않은 사랑 안에서는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 아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작은 인간일 뿐이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가 가지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자신의 외로운 마음을 억지로 외면할 필요는 없다. 타인의 우울을 들여다볼 줄 알면 나의 우울도 더 뚜렷이 만져 볼 수 있고, 언젠가는 스스로의 감정을 온전히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그 첫걸음은,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우울을 인정할 수 있는 솔직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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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ground Image : <The Wall>. Pink Floyd.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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