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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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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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다소 대책 없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누구나 동의할 만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다양하고,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이들에게 본능적인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질감은 극단적으로는 동경이라는 형태로 발전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 극심한 거부감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시선의 주체로 하여금 편향된 사고를 갖게 하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균형적으로, 그리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동경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이상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고, 어느 삶에나 존재하는 어두운 면모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타인의 삶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상대가 가진 특질들을 전부 부정적인 방향으로 귀결시키고는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우리의 시각에서 판단하고 평가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의 과정에서 우리는 대부분 상대에 대한 특정한 편견을 가지게 되는데, 그 편견이 주는 경향성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타인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우리의 내면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으며, 정해진 사고의 틀 안에서 해답을 찾는 일은 더없이 피상적으로만 느껴진다.
해답은 우리의 외부에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삶은 내면에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깥세상에서 숨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란 우리가 제멋대로 단정 짓는 타인들, 우리가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그들의 생각과 경험들, 그들이 말하고 행동하며 관계 맺는 방식들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것이며 그 세상 속에서 마찬가지로 한데 뒤얽혀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다. 삶의 방법론은 그러므로, 가만히 방안에 앉아서 스스로의 삶에 대해 반추하는 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보는 식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짧지만 삶의 다면적인 부분들을 관통하는 이 질문은, 단순히 사람들의 현재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생각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순수한 갈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자세를 터득하게 된다. 최근의 관심사는 어떤 것들이며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지, 그리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다양한 주제의 질문들을 던지며 나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시야가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느꼈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거대한 고민에도 조금씩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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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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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개인적인 삶의 전환점과 방황을 맞으며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들이 고개를 들었던 때를 떠올려 본다. 외로움의 망망대해에 맨몸으로 던져졌던 그 시기, 정답이 없는 의문들은 방향성을 잃으면서 곧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변모했고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며 삶을 무의미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때 구원처럼 눈앞에 떠오른 하나의 문장이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나는 이렇게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조금은 도피적인 질문이었지만 길을 잃고 무기력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던 나는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친구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지내?' 밴드 'The Police'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을 향해 S.O.S.를 보낸' (I'll send an S.O.S. to the world) 셈이다. 친구들을 불러낸 나는 그들이 요즘 어떤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그들의 삶은 어떤 밀도로 채워져 있으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지, 진심을 다해 물었고 또 진심을 다해 들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의 삶도 언젠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가갔던 친구들에게서 나는 정말로 삶의 이면에 대한 신선한 깨달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무너졌던 생활 또한 점점 중심을 찾고 있었다.
한번은 친구와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친구는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 항상 전율을 느낀다는 대답을 했다. 나는 이유를 물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잖아.' 그때 문득 이 모든 대화들이 하나의 인터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것이 아닌 풍경을 함께 바라보면서 나는 진정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고, 이 대화들을 진지한 인터뷰의 형식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의식, 혹은 무의식의 순간들을 말로 표현하고 또 텍스트로 기록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발화자와 청자 모두에게 값진 일이다. 사람은 스스로의 사고 체계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없고, 광대한 무의식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지의 과정들은 언어의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 그리고 경험들에 대한 구체적인 문답이 오가는 현장에서는 무의식의 여러 층위가 충돌하면서 내면에 깊이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하며, 응축된 진심과 숨겨진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찰나에 에피파니(Epiphany), 즉 진귀한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온다. 나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존재들에게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들을 발견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그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들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로, 인터뷰를 해 보기로 결심했다.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을 포함해 대학생들과 전문직 종사자들, 창업가와 예술가 등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콘셉트의 인터뷰를 기획해 보았던 나였지만 뚜렷한 목적과 방향성 없이, 그리고 대상자의 특정한 자격 요건 없이 인터뷰를 진행하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특수성은 오히려 나의 프로젝트에 무한한 가능성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무책임한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찾기 위해 시작했던 일련의 문답들이 매우 가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삶 전반을 인터뷰한다는 것이 굉장히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각자의 사고방식으로 상대의 말들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는 당연하게도 크고 작은 오해가 발생하며 이는 자연히 소통의 진정성을 해치게 된다. 그러나 인터뷰는 '발화의 균형'이라는 대화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있다. 질문자는 대상자에게 발화의 주도권을 전부 일임하고, 그 내용과 방향성에 대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한다. 개인적인 삶이 타인의 주목을 받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대화는 꽤나 비일상적인 경험일 테다. 나는 주목받지 못하는 생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의식 깊숙한 곳을 파고들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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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속감과 친밀감이 주는 충만한 느낌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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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평범한 나의 친구들을 조금 낯선 방식으로 인터뷰하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얻고자 했던 것들은 삶에 대한 신선한 통찰과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전에 살아 보지 못했던 삶을 살아 볼 수 있었고 걸어 보지 못했던 길을 걸어 볼 수 있었으며, 나의 앞에 펼쳐진 인생을 조금은 달라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다 준 이들이 주변의 평범한 존재들이라는 점도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특별했던 것은, 계획했던 인터뷰들을 하나하나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형용할 수 없는 따뜻함과 위로를 느꼈다는 점이다. 가장 외로웠던 시기에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물론 커다란 위안을 얻었지만, 타인과 살아가는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나는 그들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고 나아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속감과 친밀감이 주는 충만한 느낌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인터뷰들을 기록하고 편집하여 하나의 작업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소개할 모든 인터뷰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들려 주는 삶의 방법론에 대한 생생한 고찰이자 사람들로부터 얻었던 치유의 경험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은 나의 소소한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평범한 이들과의 낯선 인터뷰’ 시리즈는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친구들을 모델로 하고 있는, 더없이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대화의 기록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자들은 성별부터 나이, 직업, 가정 환경과 성격, 가치관 등 모든 방면에서 다른 존재들이지만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스스로를 대입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라도 대화의 흐름을 가만히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공감의 지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하루의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본인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오해는 어떤 것들인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는지, 자신을 슬프게 하는 것들은 무엇이며 웃음 짓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와 같은 삶의 전반적인 면면을 물으면서 이를 '삶은 살 가치가 있는가?'라는 폭넓은 담론으로 확장시켜 왔고, 이 모든 문답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의 인터뷰집은 말하자면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는 여행 일지와도 같다. 지금까지 적게는 서너 시간을, 많게는 네댓 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 삶에 대한 유쾌하고도 진지한 이야기들을 들려 준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던 세상에게 이 글을 조심스럽게 내놓아 본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나처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손길이 되어 주기를 진정으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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