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고래가 되어 춤을 춰요

by 김가연

출근 둘째 날이다. 자리에 앉으니 담당자님이 커피를 아직 안 마셨으면 커피 한 잔 하자고 부르셨다. 이렇게 큰 회사에는 카페도 따로 있구나. 직원들에게 생기를 부여하기 위해 벽을 화려한 주황색, 노란색으로 페인트칠을 해둔 것 같았다. 건조한 회사 분위기와 대비되어 더 요란해 보였다.


그 요란한 벽에 기대어 앉아 커피 타임을 가졌다. 나는 이내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에 어색함을 느끼고 굳었다. 같은 사람일 뿐인데도 잘 보이고 싶다는 것은 이 사람이 나의 밥줄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일까? 날 칭찬해 줬으면 하는 어린 가연의 마음이 불쑥 튀어나와서 그런 것일까?


경직된 표정을 보시고 셀장님은 약간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셨다.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조금은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리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셨다. 셀장님의 차도녀 같은 외모와 부합하듯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분이다. 대략적인 업무 캘린더를 알려주시고는 업무에 관한 칭찬과 응원을 해주셨다. 덧붙여서 계약기간 만료 후에는 계획이 있느냐 물으셨다. 아직은 없다고 대답하니 3월에 지금과 비슷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사람이 또 필요한데 그때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다. (나의 계약기간은 올해 말까지이다.)


한 번 일을 해봤던 사람이니까, 일을 또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메리트가 분명하니 날 고용하려고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 머릿속에 번역된 말은 '네가 너무 잘해주니까 앞으로도 같이 일하고 싶어♥' 뿐이었다. 나의 밥줄을 당분간은 더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기쁘게 했다. 어린 가연의 마음도 흡족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역시 옳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시간 뒤, 사내 아이디를 발급받아서 내 뒷자리에 앉은 계약 직원분과 메신저를 주고받았다. 내용은 대략 '00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와 같은 업무적인 것이었는데, '감사합니다!' 하고 어색하게 끝날 무렵 그분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텄다. 전에도 식품영양 쪽에서 근무했었냐는 질문이었다.


마침 조금 심심했던 터라 잘됐다 싶어 내 과거 직업을 추려 말하니 어쩐지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감탄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케이, 너 맘에 들었어. 마침 나이도 나와 동갑이라고 했다. 내게 먼저 다가온 친구의 성의에 보답이라도 하고자 다음에 같이 식사하자고 했다. (또 이렇게 혼밥의 길은 멀어져만 가고...)



*이 글은 2024년 9월에 썼습니다.

이전 01화첫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