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2: 물의 길(허접한 감상평+주워들은 이야기)

by 개망


긴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가 끝나가던 주말에 '아바타: 물의 길’을 보러 갔다.


2016년 지진으로 여러 건물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멀티플렉스 영화관 두 군데가 문을 닫았었는데, 그중 하나가 재개관하면서 아이맥스 영화관을 추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아이맥스로 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도시 웰링턴에서 '아바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거금을 들여 만든 블록버스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바타'의 컴퓨터 그래픽 시각 효과를 다룬 Wētā Digital(현재는 Wētā FX)이 이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Wētā Digital이 참여한 영화는 많지만 대표적으로 Wētā 설립자 중 한 명인 피터 잭슨이 감독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 그 외에도 '엑스맨’, ‘어벤져스', '혹성탈출(2001)', ‘킹콩(2005)' 등이 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컴퓨터 그래픽 연구원들과 테크니션들이 Wētā로 모여든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자부심도 대단하다.


'아바타 2'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한참 전에 들려왔다. 웰링턴에서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뉴질랜드 정부가 '섬나라'라는 이점을 활용해 국경을 봉쇄하고 강경하게 록다운을 진행해 우리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던 그때, 미국에서 '아바타 2'의 제작진이 특별 비자를 신청했고 통과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뉴질랜드의 자연과 문화에 품은 애정을 볼 수 있다. 영화 속 숲은 뉴질랜드의 숲과 많이 닮아있고 메케이나 족의 행동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 그 자체다. 비건과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그가 ‘아바타 1’의 작업을 마친 후 웰링턴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시골 농장(꽤 럭셔리한 "농장"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을 사서 이주한 일은 이곳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영화관으로 가서 표를 확인하고 3D 안경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재개관에 걸맞게 의자 쿠션이 살아있다! 옆자리에는 전 직장 동료와 Wētā에서 일하는 그녀의 남편이 앉았다. 동료는 영화 시작 직전에 재빨리 ‘식물', '총알', '눈물'이라는 키워드를 줬다. 그녀의 남편이 맡았던 작업이겠거니 예상하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는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언제 봐도 역시 3D 영화의 꽃은 눈앞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카운트다운!


3시간 10분이 넘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손목에 찬 애플워치가 매시간 50분이 될 때마다 자꾸 일어나서 움직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별생각 없이 세 시간을 앉아 있었을 거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앞으로 세 편이 더 나올 거라서 세 시간이 넘는데도 별 내용이 없다'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애초부터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예상대로 스토리는 뻔했다. 13년 전에 봤던 1편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왜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가 의식불명 상태인지, 왜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이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를 죽이려 하는지, 왜 모든 군인이 도가 넘는 행동을 하는 쿼리치 대령을 따르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돈을 쏟아부은 시각 효과를 3D로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어미 툴쿤이 죽임을 당할 때는 가슴이 너무 아파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영화관에 남아있던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크레디트에 오른 장본인이 옆에 있으니 끝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는 이름들이 가끔 튀어나왔다. 이유 없이 뿌듯했다. 동료의 남편 이름이 나올 때는 우리 모두 조그맣게 우후~ 환호성을 질렀다.


영화관을 나와 4년 간 이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10,000 시간을 보낸 그에게 영화를 영화로 볼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보통 자신이 작업한 영화를 볼 때는 자꾸 거슬리는 부분이 보인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서 2시간이 지난 시점부터는 느긋하게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거기에 그가 덧붙인 두 가지 일화가 있다. 하나는 첫째 아들이 어렸을 때 제이크와 함께 물고기를 사냥하던 장면이었다. 이미 한 번 그 장면의 작업을 마쳤는데 똑같은 장면이 다시 왔더란다. 하라니까 퉁퉁거리며 다시 했는데 하다 보니 전에는 없던 눈물이 생겼더라고.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장면이 마지막 회상씬이었음을 알게 무릎을 쳤다고 했다. 또 하나는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화면을 헤엄치는 물고기들. 그 물고기들은 영화에 쓰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물고기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지 보여주려고 시험 삼아 만든 것이었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보고 '나 이거 쓸래' 해서 넣은 거라고.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3D 블록버스터는 재미있었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고래가 문신은 어떻게 했냐는 둥 쓸데없는 농담도 주절거리고. 스토리는 조금 빈약했지만 큰 화면으로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편집만 잘하면 두 시간 반 정도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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