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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Jan 10. 2023

내 생애 첫 자전거


몇 달 전, 내 생애 첫 자전거를 샀다. 


대부분 어릴 때 부모님이 사준 자전거로 처음 자전거를 접한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내 자전거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왜일까 생각해본 적도 없다. 딱히 자전거를 타고 싶다거나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적도 없던 것 같다.


오빠는 자전거가 있었다. 몇 번인가 뒤에 탔던 것 같다. 그 자전거에 관련된 또렷한 기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땐 물론 국민학교였지만. 오빠가 앞에, 내가 뒤에 타고 오빠 허리를 붙잡고 있던 기억이다. 그런데 사촌 오빠가 내 옷을 뒤에서 붙잡고 못 가게 했다. 앞에 탄 우리 오빠는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페달을 밟았고 나는 양쪽을 힘을 견디다 못해 자전거에서 떨어졌다. 어린 시절 크게 다쳐본 적이 없는 나에게 그 사고는 매우 큰 상처를 남겼고 그로 인해 생긴 흉터는 내 오른쪽 팔꿈치 아래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 이후 자전거를 다시 탄 것은 대학교 때였다. 여의도 공원에서 못 타는 자전거를 빌려 가까스로 타다가 바닥의 굴곡을 피하지 못하고 얼굴로 착지해 광대뼈가 붓고 멍들었었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일까. 


나는 자전거의 재미에 빠지지 못했다. 그걸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자전거를 자유롭게 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 첫 자전거를 갖게 된 거다. 세일이라 산 거지만 불그레한 색깔에 클래식한 디자인. '내 생애 첫 자전거'라는 왠지 모를 설렘. 하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것.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내게 남편은 언성을 높인다. 잘 가다가 왜 자꾸 멈추냐며. 그래도 무서운 걸 어떡해.


브레이크 잡는 것도 무섭고, 균형을 잃는 것도 무섭고, 옆에 가는 사람도 무섭고, 커브도, 바닥의 요철도, 내리막길도 무섭다.


마음이 문제다. 무슨 일에나 그렇다.


옆에 가는 사람과 부딪히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브레이크를 잡기 시작하고 속도가 느려지니 균형을 잃게 된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사고로 이어진다. 불안해하면 티가 난다. 걱정이 앞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단순한 사고(思考)를 사고(事故)로 배운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하자. 생각만 하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된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다. 그냥 막무가내로 아무 생각 없이 저질러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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