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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Jan 12. 2023

피 묻은 깃털은 따뜻할까요


동물권 단체 카라에서 올린 글의 제목이다.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다시 보니 오리 사진이 눈에 띈다.

아 오리털, 거위털 얘기구나.


패딩을 만들기 위해 오리와 거위의 깃털과 속털이 어떻게 수집되는지 처음 알게 된 건 겨우 몇 년 전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추위를 많이 타서 항상 오리털 패딩을 입었고 어찌 보면 오리털 신봉자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더욱 충격이었다. 살아있는 오리와 거위의 털을 마구 잡아 뽑는 영상을 보고 속이 뒤집어졌다. 그 모습이 너무 처참해서. 같은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 다른 생명을 그렇게 하찮게 다루는 현실 때문에.


인간의 손아귀에 붙들려 저항도 하지 못하고 털을 뭉텅이로 뽑히는 생명들. 그러다가 털과 함께 뚝 떨어져 나가는 커다란 살점. 순식간에 피로 물드는 새하얀 털. 차라리 몰랐으면 싶도록 잔인한 방법으로 채취되는 따뜻한 털.


동물을 사랑하지만 아직도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미루고 있는 나는 적어도 동물을 상처 입히고 죽여 만든 제품은 사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거기에는 가죽도 포함된다.


이런 움직임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면서 최근에는 윤리적으로 채취되었다는 오리털, 거위털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긍정적인 한걸음이다.


이런 인식이 더욱 널리 퍼져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자리 잡을 때까지, 더 많은 연구를 거듭해 오리털, 거위털보다 더 가볍고 따뜻한 소재가 개발되기까지, 우리가 소비했던 오리들과 거위들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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