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를 하면 늙는다는 증거라던데.
내가 아주 어릴 때 우리 식구는 작은 가게에 딸린 단칸방에 살았다. 엄마, 아빠, 오빠, 나, 이렇게 넷이 나란히 누우면 거의 꽉 차는 작은 방이었다.
길가로 향하는 가게 문은 셔터문이었다. 건물에서 공용으로 쓰는 화장실이 유일했기에 화장실을 가려면 셔터문을 열고 닫고를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 셔터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러 자재들이 양쪽으로 빽빽이 쌓여있는 좁은 통로가 나왔다. 짧은 통로를 아슬아슬하게 지나 안쪽으로 들어오면 왼쪽으로는 작은 수돗가가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연탄 창고, 그리고 정면으로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어린 날의 내 세계.
가게는 큰 길가에 있어서 항상 차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한 밤 중에도 차가 다니는 소리가 붕붕 들리곤 했다. 내가 오 학년 때 처음 가게에서 멀지 않은 주택가 골목 단층집으로 이사를 갔다. 엄마, 아빠는 안방에 오빠는 조금 큰 방에 나는 집 입구 바로 옆 작은 방에 둥지를 틀었다. 내 방은 누가 봐도 집안일을 돕는 식솔이 머무는 방이었다. 이불 한 채 펴면 꽉 차는 작은 방. 작지만 처음 갖게 된, 내 방이어서인지 나는 그 공간이 참 좋았다. 작아서 무슨 요새에 숨어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자려고 누우면 너무 깜깜하고 너무 조용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여러 날이나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간신히 잠이 들곤 했다.
이제는 조그만 소리에도 잠에서 깨곤 한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자던 옛날이 그립다. 가족들과 몸 부대끼며 살던 그 시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