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사막이 가르쳐 준 것들

결(結) - 다시 나를 세우다

by 게으른 개미

처음 사막을 마주했을 때, 나는 일종의 충격에 휩싸였다. 그곳은 내가 살아오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 황량한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주변은 오직 고요와

적막뿐이었다. '여긴 아무것도 없구나' 라는 첫 느낌은 현실을 받아들이기조차 어려운

감정으로 다가왔다. 최소한 낙타 한 마리 정도는 서비스로 나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내 눈앞에는 오직 끝없는 모래와 먼지, 그리고 정지된 시간만이 존재했다.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찾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그저 '아무것도

없음'이라는 완전한 무(無)의 상태만이 나를 감쌌다.


1. 인내: 흐름을 받아들이는 법

“햇살은 무자비했지만, 모래는 묵묵히 견디고 있었다.”
사막의 태양은 정말로 가혹했다. 낮 기온이 50도를 넘어가는 혹서기에는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태양이 내 몸을 내리찍으며, 마치 모든 힘을 서서히 빼앗아 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사막의 모래는 달랐다. 아무리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어도, 모래는 한마디 말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막에서 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인내였다. 이곳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버티고, 견디고, 기다렸다. 처음엔 그저 무기력

하게만 느껴졌지만, 곧 깨달았다. 인내란 단순히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받아들

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막은 이 중요한 진리를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내게 전달해주었다.


2. 고요의 가치: 말 없이 들리는 소리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마음속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사막은 말 그대로 고요하다. 때론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내

내면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듣게 되었다. 처음엔 그 적막이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졌지만,

점점 나는 그 속에서 위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고요는 내 마음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었다. 불필요한 소리와 자극이 사라진 그 공간에서, 나는 나 자신과 마주했다. 사막은

말없이 말하는 법을, 말 없이도 마음을 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고요는 때때로 가장

따뜻한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3. 본질에 집중하는 삶: 가벼운 짐

사막에서는 무엇이든 가볍게 가져야 했다.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과하면 짐이

되고, 부족해도 괴롭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막은 그 질문에 완전한 답을 주진 않았지만, 어렴풋한 방향과 단서를 건네주었다. 나는

본질적인 것들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하나씩 내려놓기로 했다. 그 과정은 불안과 욕심, 불필요한

자존심까지도 함께 덜어내는 연습이기도 했다. 사막은 나에게 가장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단순함 속의 진실—을 가르쳐주었다.


4. 방향 감각: 길을 잃어도 길은 있다

사막의 모래언덕은 끝없이 이어지며 명확한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나는

깨달았다. 길이 없어도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처럼, 나의 내면에도 방향을 알려주는 감각이 존재했다. 때때로 그것은 직관이었고,

때로는 믿음이었다. 사막은 나에게 알려주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며,

진짜 중요한 건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는 사실을. 방향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사막을 건너는 유일한 방법이자, 결국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었다.


사막은 한없이 비어 있지만, 그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내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 내면에서 많은

질문이 올라왔고, 그 질문들에 스스로 답해가며 조금씩 성장했다. 사막은 나를 시험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길러낸 공간이었다. 뜨거운 햇살과 고요, 그리고 끝없는 모래의 바다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다시 만났고, 나의 삶의 본질을 바라보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사우디아라비아로 또 부임 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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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사막에서도 낙타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19개월동안 딱 한 번 봤다.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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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4,5] 현장의 귀염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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