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억의 조각을 모으며

결(結) - 다시 나를 세우다

by 게으른 개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일에만 너무 매몰되어, 짧지만 빛나던 장면들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반성의 기운이 스치듯 지나갔다. 돌아보면, 미소 짓게 되는 기억들도 분명히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을 함께 나누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던 시간들.


프로젝트 마일스톤을 달성한 날, 캠프 내 한국인 식당에서 먹었던 고기와 김치볶음밥의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업체에 회의하러 갔을 때 마셨던 새까만 터키쉬 커피 -소주잔 만 한 종이컵 바닥에 설탕을

잔뜩 머금고 나를 달래주었다. 또 다른 업체에서 마셨던 연유 가득한 차이티 라떼는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동료들과 외식하러 나갔던 날들도 떠오른다. 잠시나마 일의 무게를 내려놓고 대화를 나눌

땐,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지라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쉬는 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접 국가 바레인과 카타르 등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던

기억도 있다. 낯선 도시를 거닐며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던 그때,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소소한 감동도 있었다.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목요일 밤, 현장 근처 도시 Hofuf의 스타벅스에서 "한국인을 처음

봤다"며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건넸던 사우디 현지 여자아이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 순수하고 밝은 표정은 내게 뜻밖의 기쁨을 안겨주었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모든 조각들이 고된 기억들 사이사이에 숨어 있던 따스한 빛이었다.

그때는 미처 다 느끼지 못했지만, 되짚어보니 바로 이런 소중한 장면들 덕분에 내가 무너

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난 속에서도 조용히 빛나던 작은 행복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힘든 시기에도 그 따스한 불빛들은 내 안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비록 길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기쁨의 조각’들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사진 1,2,3,4] 볼리바드 시티(Boulevard city).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테마파크이다.

왼쪽부터

[사진 5] 리야드에 있는 킹덤 타워

[사진 6,7] 리야드 시내 야경

[사진 8,9,10] 리야드에서 마주한 세상의 끝. 엣지 오브더 월드 (Edge of the world)

[사진 11,12,13,14] 카타르의 수도 도하는 예쁘게 잘가꿔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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