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다양성의 그림자
나는 사우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진정한 ‘문화 다양성’의 의미를 몸소 체감했다.
일하는 방식도,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도, 심지어 사소한 권력을 휘두르는 방식까지
모두 달랐다.
그 속에서 일하다 보니 나 역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함께 일하는 계약
상대방들 또한 나에게 민낯을 보여주었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그 경험을 내적인
성찰의 기회로 삼으려 했던 반면,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태도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점이다.
나는 인간의 피로한 본성을 목격했고, 그들은 무례와 무능함조차 당당한 권위처럼
포장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 속에서 마주한 익명의 군상들을 동물에 빗대어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동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교하고 본능적으로 살아가며, 때로는 인간보다 훨씬
더 정직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와 결이 맞지 않았던 사람들을
동물에 비유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고민이 많았다. 특히 얄밉거나 몰상식한 사람을
어떤 동물로 표현할 때면, 오히려 그 동물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내 글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수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에피소드가 얽힌 몇몇 인물들과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