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의 심폐소생술 경연대회를 마친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있었다.
역시 소고기는 만병통치약이었다.
골이 잔뜩 나있던, 툴툴거리던, 풀이 죽어있던 녀석들이 이제 쌩쌩하다 못해 세상을 들었다 났다 할 기세다. 무섭다. 하하하
그래 오늘 하루 우리가 신나게 즐긴다고 세상이 우리를 나무리진 않겠지 녀석들은 신이 나있었지만 나는 녀석들처럼 마냥 신이 나있을 수많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았고,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재인증이라는......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최초 인증 후 재인증 심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3년여간 사업장에서 실시되었던 건강증진사업과 관련하여 그 기록을 살피고 기준을 충족하였을 경우 인증을 해주는 제도이다. 이미 사내에서 많은 사업장들이 도전하고 고배를 마시기를 여러 번...... 우리는 그 재인증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고작 나를 제외한 4명의 녀석들도 제각각이거늘 천여 명이 가까이되는 사업장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우수성에 대한 검증을 3년 전에 받았고 그 기준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의 3년 또한 잘 관리되었고, 성실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해연이가 이곳에 온 지 고작 5개월 여가 지났다. 아무리 내가 보건이라는 영역에 깊숙이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숙제를, 문제를 풀어가야 할 이는 해연이가 아닌가......
그래 내일 닥칠 걱정을 미리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며, 녀석들과 어울렸다. 하루, 이틀이 지나 해연이도 경연 후유증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어느 날 문득 나에게 시간이 되냐고 물었다.
"갑자기, 시간이 되냐니 무슨 일 있어?"라고 했더니 "항상 바쁘시잖아요."라고 하며 배시시 웃는다. 시긴이 된다며 차 한잔 할까, 아님 잠깐 걸을까라고 하니 걷자고 한다.
건강증진사업장 진행하여야 하는데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한다. "당연하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누구 말씀이신데요. 하하"라고 했더니 장난치지 말라며, 이것, 저것 걱정하는 부분들을 이야기한다. 이미 내가 앞서 걱정하고 있었던 일들이고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아 놓았던 일들이었다. 이리저리, 여차저차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하니 자기 생각도 같다고 한다. 이리하여 해연이와 나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인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좌충우돌, 우당탕탕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인증 프로젝트로 해연이는 나에게 많이 혼나기도, 다투기도, 서로 마음 상하기도 많이 했다. 그래도 녀석은 내가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았고 잡아주었다. 아니 어쩌면 여유가 없어 내가 손을 내밀지 못하면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준 적도 많았다.
내가 해연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녀석은 어떨 때는 내 동생이면서, 친구이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누나인듯하다.
자신 또한 이른 시기에 쉽사리 겪지 못할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많이 단단해지고, 생각이 깊어진 것 같다.
몇 개월간 차근차근 준비해야 될 긴 여정임을 다시 확인하고 조급해하지 말자라는 말을 서로 되뇌었다.
나도 해연이도 건강증진우수사업장이라는 긴 여정의 준비가 순탄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