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고 너희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이상하리만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야간 근무를 한 다음날이 아닌가, 온전히 잠을 잔 시간이라 해야 2~3시간 정도일듯하다.
호운이, 해연이, 하윤이, 대명이는 모두 주간근무였다. 하지만 나까지 근무를 바꿔가며 녀석들과 함께 하기에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 사업장은 24시간 쉼 없이 움직인다. 사람들, 운송 차량들, 고객이 맡겨온 상품들, 나까지 주간근무를 하며, 야간 시간을 비워버리기에 우리 사업장은 너무 크고, 불행하게도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찌 되었던 아침 일찍 일어났고 나는 오늘의 주요 일정이 있지 않은가?
바로 대명이를 태워 경기 강주소방서까지 가는 것이었고, 경기 강주소방서에서 연습을 마친 후 하윤이와 대명이와 함께 대회가 열리는 경기 시원에 있는 대회장소까지 가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중요한 일정인가, 하하하
대명이는 제시간에 맞추어 약속 장소에 나와주었고 약속 장소에서 경기 강주소방서까지는 약 7~8분 정도 걸렸다. 도착하니 호운이가 도착해 있었고, 해연이는 하윤이와 함께 오기로 하였는데 조금 늦는다고 한다.
전날 해연이가 소품 등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오전에 연습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며, 늦은 퇴근을 한 것이 녀석에게 무리가 되어 그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윽고 해연이와 하윤이가 도착했다. 해연이는 긴장감 때문인지, 늦어서 뛰어온 것인지 두 볼이 상기되었다.
소방서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곳에서 연습을 시작하였다. 꾸준히 연습을 하여서인지 나름 짜임새가 있고 좋은 듯했다. 음향, 해설과도 조화로웠고 소품도 적절한 때 잘 활용되었다.
연습도 순조롭겠다 큰 걱정은 없었다.
이제 출발해야지라고 이야기하니 8개의 눈동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차! 녀석들이 고르고 고른 아침 도시락이 있지 않았던가 하하하
깜빡했다. 대회 당일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선배의 의견은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던져버리고 도시락에서는 최고라고 불리는 한밭 도시락에서 스페셜 도시락을 시킨 녀석들이 아니었던가
"미안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볼 것 까지야 없잖아, 아침 먹고 가자, 그래 먹고 가"라고 하니 옆에 계시던 강주소방서 응급구조사분이 웃으신다. "아! 진짜 이 상황에서 웃으시면 어떡합니까, 저 도와주셔야죠. 내편은 없구먼 하하하"
웃고 떠드는 사이 도시락이 도착했고 처음 보는 스페셜 도시락은 정말 특별한 것 같다. 양도 푸짐하고 맛있을 것 같다. 그래 많이 먹어라, 이렇게 선배의 지갑 속은 텅텅 비어 가고 있단다. 이 녀석들아 하하하
이제 정말 대회장으로 출발해야 한다.
소방서 각 팀, 팀장님들의 응원을 받으며 출발했다. 두 시간 여를 달려 경기 시원의 대회장소까지 도착했다.
해연이는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대회장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마, 이미 시작된 참가자들의 경기를 보고 싶은 것 같다. 나도 따라 들어가니 녀석이 나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본다.
"왜? 해연아" "다 너무 잘해요. 저희 망신당하면 어떡해요?" 녀석이 긴장했다. "괜찮아, 해연아! 오래비가 항상 뭐라고 했지?" "내 동생이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똑똑하다고......" 녀석이 말을 머뭇거린다.
다들 잘 하긴 했다. 군인 특유의 조직력을 보여준 특전사팀, 벨리댄스를 접목한 댄서팀, 태권소년, 소녀들이 보여준 태권 심폐소생술 등 나 조차도 긴장되었는데 녀석이라고 별 수 있으랴......
해연이를 대회장 밖으로 내보냈다. "네가 부족하다 생각하는 부분들을 상의하고 맞춰봐 그리고 다른 팀이 우리 연습하는 것 보고도 긴장할 거야 괜찮아"라고 하며
녀석들은 모르지만 해연이를 대회장 밖으로 내보내고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소방관을 만났다. 전년도 전국대회 우승팀을 배출한 소방서의 소방관이다. "아~좀 적당히 합시다. 뭐, 심폐소생술계의 레전드로 남으려고 하나 진짜" 내가 핀잔을 주었다. "누구" "경쟁자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는데 나는, 내 동생들 우리도 참가하거든"라고 하니 웃으며, 역대급 참가자들을 일일이 알려준다. 이런 불필요한 친절을 원하지 않았는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회 오전 일정이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우리는 오후 첫 출전팀이다.
사실 일정표를 받고 녀석들에게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내심 기대했었다.
연습도 짜임새 있었고, 심사위원들 입장에서는 중반부 일정보다 가장 앞부분과 끝부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밖으로 나가보니 녀석들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잠깐 쉬자라고 이야기하고 소품을 챙기고 있으니 대회관계자로부터 음향 및 조명등을 확인하자고 한다.
확인을 마치고 나니 헌철, 건호, 상의 등 응원단이 도착했다.
고마웠다. 야간 근무를 하고 자야 하는 시간을 쪼개어 후배들을 응원하러 와 준 헌철, 건호, 상의 참 좋은 선배이고 후배다.
우리 차례다. 무대에 오르니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것과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것은 사뭇 달랐다.
그래도 녀석들은 긴장하지 않고 연습한 것 이상 잘해주었고 헌철, 건호, 상의는 우유빛깔 해연 등 여러 가지 응원구호를 외치며 긴장감을 덜어주려 애쓰고 있었다.
어찌어찌 지나갔는지 알 수 없는 5분여의 시간이 지났고 긴장이 풀린 녀석들은 소품을 내팽개쳐두고 대회장 밖 긴 의자에 누워버렸다. 주섬주섬 소품을 챙기고 있으니 헌철이 다가와 "정우야! 고생 많았다."라고 했다. 해연이와 녀석들이 준비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니 잘 될 거야라고 하며, 후배들 잘 챙기고 건호, 상의도 뒤풀이 같이 하고, 신나게 놀고, 내일 보자라며 헌철은 서둘러 돌아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마 2~3시간 자고 대회장으로 왔을 것이다. 나도 저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녀석들을 쳐다보니 조는 녀석, 연습 때 보다 못했다며 투덜 되는 녀석, 배고프다는 녀석 각양각색이다.
마음껏 쉬라고 두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니 호운이가 왔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너희가 고생했지, 잘했다."라고 하니 녀석이 저희 우승하면 전국대회 나가야 되는데 어떻게 하냐고 한다. 꿈도 야무지다.
어느덧 발표시간이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해연이는 골이 잔뜩 났고, 호운이는 툴툴거린다.
녀석들을 도닥이며 이렇게 외쳤다.
"우리에게는 뭐가 있지?" 녀석들이 신이 낫듯 대답한다. "소고기~~~~!!!" 그렇다, 우리의 뒤풀이 메뉴는 소고기다. 골이 잔뜩 나고, 툴툴거리고, 풀이 죽어 있다가도 소고기라는 말 한마디에 신이 나서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녀석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훗날의 이야기지만 대회장에서 만난 친하게 지내던 소방관이 우리를 보고 누가 보면 우승한 줄 았겠다고 했다.
아무렴 어때, 우리에게는 소고기가 있는데 그치 내 사랑하는 동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