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물류센터 안전 관련 강연회 발표자 참석...... 무슨 일야야
해연이와 으쌰으쌰, 응차응차하며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심사 준비를 하던 날 또 한 번의 작은 혼란을 만들어줄 연락이 왔다.
요란스럽게 울리는 휴대전화, 낯선 번호다. 받지 말까 짧은 고민도 무색하게 나는 이미 전화를 받고 있었다. "옙 , 한국물류 정우입니다." 건너편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안녕하세요? 고용노동부 경기풍산지청 강희 감독관입니다." 헉, 풍산지청에서 왜? 잠시 잠깐 들었던 의문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본능적으로 답변하고 있었다. "예, 안녕하세요 강희 감독관님" 참, 누가 안전관리자 아니랄까 봐, 나란 사람은 인사성도 바르다. 금번 고용노동부 경기풍산지청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물류센터 안전관리 우수사례 강연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그 연유로 대형사업장 중의 하나인 우리 사업장에서 발표를 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평상시 같으면 그리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 보고 후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마무리했겠지만 당시에는 안전보건과 관련된 수많은 일정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와 호운이와 해연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략히 내용을 정리하여 보고하였고, 돌아온 답변은 당연히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이번 강연회를 통하여 유관 기관과 소통채널을 만들고자 함이었다. 그래 어차피 한, 두 번은 만나야 될 사람들인데 조금 일찍 만난다 하여 나쁠 건 없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호운이와 해연이를 불러 관련 내용을 설명하였고 호운이에게는 계략적인 자료 준비를, 해연이에게는 열흘정도 심사준비를 함께하기가 어려울 듯하였다고 했다.
두 녀석다 바쁘다, 힘들다 투덜거리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둘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아니, 오히려 신나 했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왜 이리 신이 났냐고 물어보니 둘 다 우리가 잘하고 있어서 풍산지청에서도 강연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달라고 어떻게 보면 부탁한 거잖아요라고 한다. 못한다는 말보다는 잘한다, 잘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게 좋지 않나요. 두 녀석의 대답이다. 틀린 말은 아니어서 더 할 말이 없다.
야, 이 친구들아! 너희 선배 책상에 쌓여있는 산더미 같은 일들이 두 분께는 안보이시나 보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우리 엄청 유명한가 봐요. 이제 지청에서도 우리 보고 강연회 발표자로 참석하라고도 하네요라며 신나 하는 녀석들을 보고, 그냥 내 한 몸 불사르기로 했다. 하하하
생각보다 발표회 자료준비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업장 내 사고 예방을 위하여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덨던 활동들이 있어 그다지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다. 자료 수집 하루, 자료 작성 및 예상 질문 정리에 하루해서 약 이틀정도 준비했던 것 같다.
대외 발표자료이기에 보고 후 간략한 수정사항들을 반영하여 안전보건공단으로 최종 자료를 제출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강연회가 몰고 올 후 폭풍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발표 당일이 되었고,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며, 사무실로 들어서니 호운이가 먼저와 있다.
"형님, 왜 이리 힘이 없으십니까? 어제도 못 주무셨습니까?" "엉, 두 시간 잤어 흐흐흐"호운이가 걱정이라며, 커피를 타고 있던 나에게서 커피를 뺐었다. "해연이가 형님 못 주무시는 것 때문에 걱정이라고 차 사놓았다고 합니다. 이제 커피 드시지 마십시오." 사실은 해연이에게 며칠 전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잠을 못 자니 근무시간에 졸리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은 해야 하니 커피를 마시고, 또 잠을 못 자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니 "커피를 끊으시던지 저희와 연을 끊으시던지 하시지요. 도저히 이제 그냥 넘어가드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며 여태껏 처음 보는 표정으로 이야기하였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이 나가면서 "커피 한 번만 더 드시면 동생 하나는 세상에서 없어지는지 알고 계세요."라고 한다.
아! 끓어야 하는데 녀석이 왜 그렇게 매물 차게 나를 나무라는지 알기에 더욱 끓어야 하는데 잘 안된다.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