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호운아! 해연아!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by 갬성장인

호운아, 해연아!

항상 형으로서, 오래비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고, 너희에게는 최고이기를 강조했었지만 항상 최선이기를 원했었고, 항상 그 누구보다 빠르기를 강조했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너희이기를 기도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견뎌내 주었고, 부족한 이를 믿고 기다려줌에 항상 감사했다.

(물론 지금도 감사하고 있지만 하하하)

나의 또 다른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너희에게 큰 짐을 맡겨놓고 형이, 오래비가 이곳을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희가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듯이 나 역시 너희를 잘 알기에 큰 짐을 맡겨놓고도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나와 달리 빠른 의사결정을 하고,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는 호운아!

빠른 의사결정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단축하여 주고, 빠른 성취와도 이어지는 좋은 습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 모든 일이 그러하듯 빠르고 느림의 적절한 배분과 조화가 필요하다.

그림을 그릴 때 도화지와 연필만이 준비되었다면 나머지는 그림을 그려가며, 준비하면 된다는 너의 생각이 틀렸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때때로 큰 울림을 주는 대작은 많은 고민과 고뇌의 시간을 거쳐 빛을 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는 너의 모습은 정확한 상황 판단과 그에 따른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지겠지 하지만 자로 잰듯한 냉철함만으로 우리가 살아왔다면 웃고 떠들며 지내올 수 있을까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때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주변을 살펴주었으면 한다.

끈기와 꾸준함을 가지고, 따뜻함을 가진 해연아!

끈기와 꾸준함은 너의 큰 강점이자 너를 성장하게 하는 큰 힘이 될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내려놓아야 하는 것, 버려야 하는 것도 있을꺼야! 그때가 되면 과감하게 내려놓고 버려주었으면 한다.

때로는 바늘 허리춤에 실을 묶어 써야 할 때도, 설익은 밥을 내어가야 할 때도 있을꺼야 갖추어 시작하기보다는 시작하고 갖추어 나가는 것도 오래비가 살아보니 썩 나쁘지는 않았어.

그리고 너는 참 따뜻함을 가지고 있어, 너의 따뜻함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픈 이를 보고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는 이를 보고 함께 슬퍼하는 너의 따뜻함은 어찌 보면 다른 이에게 조롱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따뜻함이 얼음을 녹이고 새순을 싹트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형이 오래비가 살아보니 긴 겨울 끝에 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주었고 따사로운 햇살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해 주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일 것 같아도 너희가 함께 의지하며, 터덕터덕 걸어간다면 터널의 끝은 그리 멀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너희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남겨놓은 것이 아니기를 빌며, 내 동생들을 믿기에 누구보다 내가 남겨놓은 숙제를 숙제가 아닌 축제로 마무리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너희와 함께하며, 한 번도 하지 못했었고, 떠나오면서도 하지 못했던 그 말을 이제서야 홀로 되뇌어본다.

너희는 나에게 항상 최고였고, 그 누구보다 빨랐고,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다.

(지금도 사랑스럽지만(?)...... 하하하)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괴팍한 형이, 오래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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