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간의 쉼, 새로운 시작

지난 3개월간의 쉼을 마쳤다. 물론 모든 것이 제자기로 돌아왔다고 하기는

by 갬성장인

지난 3개월 꿈만 같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처음 한 달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다니며, 풍경이 좋은 카페에 앉아 책을 보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병원 진료도 빠뜨리지 않았다. 매주 가던 병원 진료가 이주일에 한 번으로, 일주일에 세 번 하던 상담치료가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점점 줄어드는 것들이 나의 건강이 조금씩 회복된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의 기복도 줄어들었고,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라는 곳은 나에게는 두려운 곳이었다.

호운이 있고, 여름이 있었지만 물론 여름은 나의 병가가 끝날 즘 본사로 인사발령이 있어 본사와 사업장을 함께 살피고 있었다.

'22년 12월 3개월간의 병가를 마치고 첫 출근했다.

반가운 얼굴들, 병가 기간 중 종종 만났었지만 출근을 하여 만나니 더 반가운 것 같다.

그래 회사는 나에게 시련을 주었을지 몰라도 나의 동료들은 나에게 쉼표와 같은 존재였다.

호운의 얼굴이 보였다. 이 녀석은 형이 오자마자 출장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병가기간 중 조직개편이 있었고 개편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호운 자신도 많이 혼란스러워했고 힘들었다고 훗날 당시를 이야기했다.

한 달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병가 전에는 일을 잘하였다고 하는데...... 물론 호운의 이야기이다. 호운의 입장에서야 선배들이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나에게 일을 못한다고 할리가 없지만 말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없었다.

고작 3개월을 쉬었다 왔을 뿐인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당시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했다. 자료를 입력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리는 호운을 뒤로하고 서류 정리를 했으며, 복사와 청소 등을 도맡아 했다.

뭐라도 했었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해가 바뀌고 '23년 01월이 되었다.

여름의 자리에 해연이 왔다.

해연 또한 건강이 좋지 않아 여섯 달 정도 쉬었었다.

당시에도 회복되지 못한 나와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섯 달을 쉬었다 복직한 해연......

환상의 조합이라고 해야 할지, 환장의 조합이라고 해야 할지......

만약 내가 이 조직의 리더였다면 울고 싶었을 것 같다. 하하하

해연은 친절하지만 곁을 잘 내어 주지 않았다. 훗날 해연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지만 함께했던 이들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고 했다.

호운과 해연은 성격도, 성향도 정반대였다. 호운과 내가 닮은 꼴이라면 해연은 우리와 반대편에 있는 이였다.

호운과 내가 업무 중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해연은 그 상황에 처한 이들이 중심이었다.

우리가 정확성과 속도가 우선이었다면 해연은 세심한 배려와 준비가 먼저였다.

당시의 나에게는 해연의 성향은 조심스럽기도, 걱정스럽기도 하였다.

물론 지금의 해연은 나에게 좋은 동생이고, 조언자이며, 때로는 무서운 선생님이기도 하다.

해연이가 너무 좋기도 하지만 무서울 때도 많다. 특히 자는 시간에 대하여 나무랄 때,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할 때면, 해연이는 너무나 무서운 선생님 같다.

사소한 다툼과 오해가 있었지만 녀석은 특유의 느긋함과 여유로움으로 자연스럽게 곁을 내주었고 내가 내민 손을 어김없이 잡아주었다.

어쩌면 호운이와 해연이를 내가 놓을 수 없는, 다른 이가 있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호운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동생 해연아!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도 이때 받았던 둘의 도움으로 내가 온전히 회복할 수 있었고, 그네들의 배려와 조언으로 나의 뾰족함이 누그러졌으며, 천천리 주위를 살피게 되었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뒤돌아 서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둘은 소름 돋는다며 난리법석이다.

그래도 누구 하나 하지 마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나 혼자 생각이지만 둘 다 이런 이야기들이 내심 싫지만은 않은 듯하다.

나의 착각인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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