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첫 번째로 주어진 선물 같은

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내 삶의 첫 번째 선물과 같았던 시간

by 갬성장인

나 스스로에게 첫 번째로 주었던 선물과 같은 시간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혹은 안쓰럽게 여겼을 시간

그 시간이 나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피난대피훈련 이후로 나의 건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긴 고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서둘러 병원을 찾았고, 나에게 내 인생에 과연 한 번이라도 들어볼까 말까 한 병명을 들었다.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즉, 쉽게 이야기하면 우울증 문제는 우울증뿐만이 아니었다.

극식한 불면증과 함께 동반된 공황장애 증상이 나에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그로 인한 엄청난 감정의 기복이 생활 전반에 스며들었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호운과 여름에게 현재의 나의 상태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나는 치료과 필요한 환자임을 매우 아픈 상태임을 털어놓았고 다시금 호운에게 도움이 필요함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호운아, 네가 형이 담당하는 사업장을 맡아주었으면 한다." 녀석은 담담했다. 예상이나 한 것처럼 "형님의 건강이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 뜻대로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항상 믿음직스러운 녀석이기는 했지만 내심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고마웠다.

"쉬시면서 뭐 하실 생각이십니까?" 녀석의 질문이 이어졌고 나는 간단하게 "쉬면서 생각해 보려고. 책이나 왕창 읽으면서 카페 투어나 다니려고"라고 대답했다.

인수인계로 가용한 시간이 대략 일주일 남짓이었다.

물론 내가 치료에 집중하며 쉴 생각이었기에 궁금한 것은 전화로 상의해도 된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인수인계에서 인수자의 입장으로서는 그렇게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같은 시기 호운과 시헌도 인사발령을 위한 인수인계가 필요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시헌은 호운의 담당사업장에서 1달여간 지내다 그만두었다고 들었다.

아마, 나의 휴직에 시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었던 때였고, 나 역시 그 말을 부인하고 싶진 않았다.

그의 무책임함과 불성실함으로 힘들었던 지난 1년 여가 아니었던가......

호운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여름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맘때 여름은 부쩍 눈물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참 미안했고, 안타까웠다. 강해보이기만 하던 사람이 부쩍 약해졌었고, 힘들어했다.

돌아오겠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수없이 반복하여 이야기했지만 나의 병가일자가 다가오면 다기올수록 사소한 이야기에도, 작은 행동에도 눈물을 보였다.

여름이 이렇게 여린 사람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아마 병가 전날까지 나를 갈등하게 한 사람은 호운과 여름이 아닐까 싶다.

당시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미안하며 고마운 사람들이었기에 마지막 날까지 이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는 고민을 했었다.

keyword
이전 07화성공적인 피난대피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