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피난대피훈련......

피난대피훈련의 성공적인 마무리, 그리고 뒤이은 나에게 준 첫 번째 휴가

by 갬성장인

피난대피훈련 당일이었다.

최초, 최고, 최선의 피난대피훈련 창립 90주년의 언저리를 지나 백 년을 바라보는 회사이지만 이런 대규모 피난대피훈련은 처음이라고 했다.

사내 많은 분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고, 심지어 촬영팀도 훈련 영상을 담기 위하여 현장을 방문했다.

훈련 당일 피난 인원 906명, 전날 호운과 나는 밤을 새워 현장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기를 수십 번 하였고, 담당자들과 주요 역할을 맡으신 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중요한 부분들을 십 수 번 되뇌었었다.

시작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호운, 여름, 시헌이 한자리에 모였다.

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여름과 시헌도 늦지 않게 와주었다.

시작 10분 전 피난대피훈련 시작 10분 전임을 알리고 헌철에게 준비사항을 최종 보고한 후 방재실로 향하였다.

호운, 여름, 시헌의 각자의 역할과 자신의 자리에 위치했음을 다시금 확인하였고, 담당자들과 주요 역할을 맡으신 분들도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모든 준비는 순조로웠지만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촬영팀이 도착하지 않았다.

906명 적지 않은 숫자의 인원이 촬영팀을 기다린다.

훗날 들은 이야기였지만 호운과 여름은 애간장이 녹아들어 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촬영팀과 스케줄을 조율하며, 소통을 해왔기에 1분, 1초가 늦어질 때마다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때마침 촬영팀이 도착했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헌철에게 다시금 보고하였다.

"그래 정우야, 대형 물류센터의 피난대피훈련 멋지게 마무리해 보자. 시작하자!" 헌철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렀고 방재실과 최초 발견자에게 신호를 주는 것으로 피난대피훈련은 시작되었다.

최초발견자가 가상의 화재를 목격하고 발신기를 누른 지 정확히 15분여 만에 대피를 마쳤다는 집결지 보고가 이어졌고, 이어 인원 이상 없음을 알리는 보고들이 계속되었다.

"총 906명 총원 이상 없음, 전원 대피완료하였음을 보고 드립니다."라는 운영 소장의 목소리가 무전기 너머로 내 귓전을 울렸다.

피난대피훈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수의 인원이 대피하면서 넘어지거나 부딪히지는 않을지, 자신의 집결지를 찾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대피하여 애를 태우는 인원은 없을지 그간 수십, 수백 번을 점검하고도 확신하지 못했었는데, 이상 없다는 운영 소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작스레 기운이 빠져버렸다.

방재실로 헌철이 도착했고, 그 사이 각 집결지에 산개하여 있던 인원들이 최종집결지로 모여들었다.

최종집결지에서 인원파악은 다시 이루어졌고, 각 집결지에서 이미 문제가 없었기에 최종집결지 인원파악 역시 문제가 없었다.

헌철의 피난대피훈련 종료선언과 훈련의 개요와 목적 그리고 총괄책임자로서 감사를 표현하였다.

정말 그렇게 고대하던 피난대피훈련이 끝났다.

호운과 여름은 아쉬움을 이야기했지만, 최초 계획자였던 나의 긴 부재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 상의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고, 이런 두 사람이 나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하였고 이제 나를 돌아보려고 함을 헌철에게 털어놓았다.

헌철은 이미 나에게서 몇 번의 징후를 접하였으나, 기다렸다고 했다.

"피난대피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너를 주저앉히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마무리되었으니 어떻게 할지 의논해 보자." 헌철이 말을 마치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많이 고민했었던 문제를 꺼내놓아야 할 때인 듯하다.

"말씀하신 대로 이제 마무리되었으니 좀 쉬었으면 합니다. 병가로 3개월 정도 쉬면서 치료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헌철과의 이야기는 서둘러 마무리되었다.

아니 서둘러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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