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모두 내 곁에 있었고, 주위에서 도와주고 있었음을 나만 몰랐다.

by 갬성장인

어려운 시기에 한줄기 빛과 같은 호운이 있었다면 내 주위에 항상 있었고 나를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었던, 어쩌면 손 내밀기를 기다려준 이가 또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바로 여름이었다.

여름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아마 그 사실을 그때의 나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호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여름에게 먼저 상의했어야 했다. 그녀는 '20년의 뜨거운 여름 새롭게 시작했던 나의 첫걸음을 지금까지 지켜보며, 도움을 주었던 이가 아닌가......

앗, 정작 내 곁에서 항상 걱정해주고 있던 사람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여름에게 호운의 합류를 알렸고, 미처 상의하지 못함을 사과했다.

그녀는 웃기만 했다. 훗날 그녀의 이야기로는 세상 걱정을 다 짊어지고 있는 사람이 말을 하려다 말고 하려다 말기를 몇 번을 하기에 무슨 일이 있는지 너무나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저...... 이번 피난대피훈련 아무래도 제가 화재조사 때문에 준비하기가 어려울듯해서......"

머뭇거리는 나를 그녀는 한참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웃으며 그녀가 내게 "저 많이 부족하지만 노력해 볼게요. 급한 일부터 해결해야죠. 괜찮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아.... 이게 아닌데,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며, "피난대피훈련 제가 준비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여름님께 묻지도 않고 호운이에게 도와달라고 했어요."이야기를 했다고 하기보다는 질러버렸다는 표현이 당시 상황과 더욱 맞는 듯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까르르 웃는다. "잘하셨어요. 무슨 큰 일 있는지 알고 걱정했잖아요. 호호호" 다행이다. 진작 이야기할걸 그랬다.

호운이 피난대피훈련을 도와주기 위해 곧 도착했고, 호운과 여름은 여러 번 호흡을 맞추어 봤던 이들처럼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힘든 부분을 정리해 나가고 있었다.

나에게도 조금씩 숨 쉴 틈이 생겼다. 이제 피난대피훈련은 전적으로 두 사람에게 맡기고 화재조사대응과 후속 대책 수립에 전념할 수 있었다.

당시 모두가 내 곁에 있었고, 주위에 머물며 내가 손을 내밀면 잡아주려고, 아니 손을 잡으라 하며 이미 손을 뻗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도......

도움을 요청했을 때 선뜻 응해주었던 호운이 그러했고,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어렵사리 이야기했을 때 웃으며 "항상 빠르고 현실적인 결정을 하시잖아요, 최근에 하신 결정 중 가장 잘하신 결정 같아요."라고 이야기해 준 여름이 그러했다.

그래, 호운과 여름은 이미 나에게 손을 뻗으며 손을 잡으라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도, 나만 그 사실을 몰랐을 뿐

이제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다 해결 됐잖아, 이제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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