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20초...
할머니를 행복하게 하는데 1분 20초면 충분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처음으로 할머니한테 전화를 드렸다. 당연히 내 번호를 아실리가 없었고 나임을 밝히자 할머니는 너무 반가워하셨다. 그러면서도 혹시 내가 일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이쁘다, 언제 이렇게 다 컸냐는 말만 서너 번 반복하시고는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하고 급하게 끊으셨다.
통화 후에 폰을 확인하니 통화 시간은 고작 1분 20초였다. 사실 손녀가 할머니랑 무슨 할 말이 많겠냐만은 생각보다도 더 짧은 통화여서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셔서 뭐가 어렵다고 할머니한테 전화 한 통 안 했던 내 지난날들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앞으로는 엄마 아빠한테 말고 할머니한테도 자주 전화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동시에, 혹여나 내가 자주 전화하면 할머니가 내 전화를 기다리게 될까 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나한테 먼저 전화할 일은 없을 테니까. 할머니는 내가 바쁠까 봐, 회사일까 봐, 귀찮을까 봐, 먼저 전화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다음 주에도 할머니한테 전화를 해야겠다. 그때는 좀 더 오래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