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차리는 것을 즐거워하려고 애를 씁니다 - 코시국 집밥기록
평소에 차려먹는 밥상 사진을 찍고, 식사를 준비하며 먹으며 들었던 생각들을 적는다.
요리 솜씨가 매우 좋다거나 거창한 메뉴를 차려내는 건 아니다. 대충 때워먹지 않을 정도의 한 끼 밥상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음식은 참 정직해서 정성을 들이지 않거나 하기 싫은 맘으로 억지로 해버리면 맛이 참 이상해진다.
나에게 있어 요리에 정성을 들인다는 건, 시간을 오래 들인다거나 비싼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 몸에 들어갈 음식,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에 관심을 담고 많은 신경을 쓴다는 말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에겐 당연한 소리가 아닌가 싶겠지만 한동안 식사 준비가 꽤나 귀찮고 싫었던 나에겐 자주 곱씹어야 하는 생각이다.
하루하루 내가 먹은 것이 모여 내 몸의 세포를 이룬다고 하는데, 지금 내 몸의 구석구석들은 언제 무엇을 먹어서 만들어진 것일까를 생각해보았다. 팬트리를 열어 보이는 인스턴트로 대충 때우려거나, 배달 앱을 열어 음식을 주문하려고 하다가도 그런 것들을 먹은 후 좋지 않았던 뒤끝과 컨디션, 쓸데없었던 지출 내역 등을 떠올려보고 냉장고를 열어 남아 있는 식재료로 간단히라도 뭘 차려먹어 보려고 다시 한번 애쓴다.
엄마는 밥상 차리는 것을 즐기는 편이 아니셨지만 할머니는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하셨고, 손이 크셨다. 내가 결혼 전부터 사부작사부작 생각나는 것들을 만들어해 먹고 누군가에게 차려주고 하는 걸 좋아했던 건 할머니를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 후 요리가 취미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적인 일상이 되면서 주방 살림에 대해 지치기 시작하며 결국은 나도 엄마를 닮긴 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혼자 머물러 생각하고 기도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때 가장 처음 들었던 마음이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이 예배당이고 일터다 하는 마음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돌보고 식사를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손쉽게 외식이나 배달음식으로 배를 채웠던 습관들을 하나님께서 크게 기뻐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리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매 끼니 전보다는 조금 더 정성 들여 ‘밥상’ 정도를 차리고 있다. 집밥을 잘해 먹어야 외식도 맛이 있다. 어쩌다 별미가 되어야 할 외식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뭘 먹어도 맛이 없게 되는 것 같다.
남편이 요리에 재능이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집안 살림 중 많은 것을 내가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끼니만큼은 결국 내가 책임지고 가야 할 것 같다. 나의 일상과 시간, 체력 등이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다시 한번 건강하게 음식을 잘 만들어 먹어 보기로 다짐한다. 그런 밥상차림에 대한 기록을 해 보려고 한다.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2020년 초부터 조금씩 해 두었던 밥상에 대한 기록과 그 기억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하나씩 옮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