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차리는 것을 즐거워하려고 애를 씁니다 - 코시국 집밥기록
정초부터 시가에 제사가 있어 떡국을 끓여먹을 겨를이 없었다. 떡국을 아직 안 먹었으니 나이를 아직 안 먹은 거라고 위안을 삼다가, 버티다가 결국 주말에서야 한 그릇을 이렇게 끓여먹는다. 이렇게 나이 한 살 충전 완료.
올해는 나이 앞자리가 바뀌어 새 학년이 되었다. 나는 그 유명한 억울하게 나이 먹는다는 12월 말일 출생자이다. 태어나고 일주일이 지나니 벌써 두 살이 되어 있었다. 원래는 출생예정일이 1월 중순쯤이었다는데 예정보다 2주 정도 빨리 나왔다고 한다. 엄마한테 조금만 참았다가 낳지 그랬냐고 했다. 엄마는 네가 조금만 참았다가 나오지 그랬냐고 그런다.
사실 점점 드는 생각이 나이 먹는 것이 생각보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연륜이라는 것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삶을 바라보는 여유가 좀 더 생기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흐른다는 것. 예전에 할머니가 그러셨다. 젊을 때는 인생이 시속 30km, 40km 정도로 가더니, 나이 드니까 시속 70km, 80km로 달린다고. 나이 숫자 따라 키로 수가 똑같이 따라가, 세월이 걷질 않고 뛰어 뛰어, 그러셨다.
너무나 상투적인 말이지만 스무 살 대학생 시절이 정말 '엊그제' 같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 세월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는 거다. 그렇다면 나의 환갑, 칠순은 '내일모레'처럼 찾아온다는 것인데. '내일모레' 에도 오늘처럼 후회와 반성이 많은 삶이면 안될 텐데.
어디서 봤더라, 몸은 늙어가는데 마음은 그대로라서 큰일이라고. 그 말이 벌써 공감이 가기 시작하니 나도 큰일이다. 세월을 아끼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하고 성숙하고 겸손하게, 지혜로운 어른의 모습으로 살기를.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2020년 초부터 조금씩 해 두었던 밥상에 대한 기록과 그 기억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하나씩 옮겨봅니다.